[열린마당]부모가 자녀병 방치 국가가 개입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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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21일 저녁 한 TV프로그램은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병원치료를 받지 못하는 9세 초등학생의 고통스런 삶을 고발했다.

인천에 사는 그 여자아이의 복부는 종양과 물로 가득 차 피부가 찢어질 정도로 부풀어 올라 있고 사지는 아프리카 난민처럼 뼈밖에 남지 않았다.

그 아이는 지난 2년동안 숨쉬기 조차 힘든 고통으로 울부짖었지만 병원에 갈 수 없었다.

"기도하면 하느님이 낫게 해주실 것" 이라고 믿는 부모가 친권 (親權) 을 앞세워 그 아이의 병원치료를 막았기 때문이다.

친권 앞에는 그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가려는 주위사람들의 노력도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으로 '행복을 추구할 권리' 를 규정하면서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못박고 있다.

반면 미성년자인 자녀에 대한 부모의 친권은 민법 등 법률에 규정돼 있다.

헌법과 법률이 충돌할 경우 헌법이 우선한다.

그럼에도 그 아이가 병원에 갈 수 없었던 것은 이런 경우 타인이 부모의 동의없이 자녀를 병원에 보낼 수 있는 법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부모라는 이유로 자녀가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병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국가가 개입해 그 자녀를 도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강영미 <회사원.서울 송파구 송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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