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알윤'마을 한국인 후예 집단촌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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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1천2백여년전 중동지역으로 흘러간 한국인 후예들이 집단촌을 형성해 살고 있다면…. 이는 지난 80년대 화제를 낳았던 임진왜란 당시인 4백여년전 이탈리아로 건너가 현재 로마 북부 '알 비' 마을에서 '코레아' 라는 성 (姓) 으로 집성촌을 이뤄 살고 있는 사례보다 무려 8백여년이 앞서는 것이 된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동북부 후푸프 지역 인근의 '알 윤' 마을이 한국계 집단촌이라는 지적이 나와 국내 문화인류학계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중동.이슬람문화 전문가 이희수 (46.한양대.문화인류학) 교수가 지난 2월 현지 답사를 통해 1차 확인을 한 것인데 올 겨울 2차 확인작업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궁금증은 더하다.

이 교수는 "아랍전문가 이원삼 (42.선문대 선교학부) 교수 및 현지 사업가 김정남 (63) 씨와 동행한 현지조사에서 모계혈통으로 한국인 핏줄을 이어왔다고 주장하는 카릴 이브라힘 부자를 만나 증언을 들었다" 며 "마을 이름이 '윤' 인 것은 16세기말 오스만 투르크가 페르시아를 공격할 당시 '윤 (尹) 장군' 으로 불리는 한국인이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데 대한 보답으로 오스만 투르크로부터 봉토를 받은 것에서 비롯한다" 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1천2백여년전이라면 751년 고구려 출신의 당나라 장수 고선지 (高仙芝.755년 사망)가 사라센제국과 중앙아시아 탈라스강 (키르기스스탄 서북부)에서 치렀던 탈라스 전쟁에 패할 당시 무려 2만명에 가까운 포로를 남겼는데 그 중 고구려 병사가 포함돼 있다가 지금의 중동지역에 정착했을 공산이 높다" 고 분석하면서도 "현지 '알 윤' 마을 사람들에게 민간신앙화한 '윤장군' 의 활동 근거지 카라동굴의 실체확인과 콩을 발효시킨 음식을 먹고 한방요법을 사용한 적이 있다는 증언 외에 구체적인 자료나 유물이 없어 최종확인에는 이르지 못했다" 고 언급했다.

답사에 동행했던 이원삼 교수는 "한국인 혈통을 직접 이었으면서 아직도 생존해 있는 이브라힘의 노모 (老母)에 대해 직접적인 조사와 인터뷰가 선행돼야 하는데도 이슬람문화의 특성으로 접근조차 여의치 않았다" 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와 관련, 이희수 교수는 "이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인 한국얼굴학회장 조용진 (서울교대.미술교육) 교수와 이 학회 내 유전인자분석팀의 협조를 얻어 올 겨울 현지로 갈 예정" 이라고 전제, "순조로운 사실규명을 위해선 사우디 내 유력 왕립대학 측과의 공동조사 및 연구가 불가피하다" 고 밝혔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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