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과 풍자…日노가쿠 첫 단독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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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일본이 자랑하는 전통예술 가부키 (歌舞座) 의 원류인 노가쿠 (能樂)가 오는 9월 5~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발전기금 주최로 열리는 '세계무형문화재 초청 시리즈' 의 첫 공연작으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노가쿠는 지난 81년 세계연극제 프로그램으로 국내에 단편적으로 소개됐지만 단독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엔 교겐 (狂言 : 풍자적 희극) 의 양대 유파 중 하나인 오쿠라류 (大藏流) 를 대표하는 야마모토 도지로 가문의 4대손인 야마모토 도지로 (山本 東次郎.62)가 이끄는 무용단이 출연,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교겐고마이 (狂言小舞)에 이어 노가쿠 중 기악부문만을 떼어낸 스바야시 (素잡子) , 피리와 북 연주에 맞춰 추는 삼바소 (三番三) 를 선보인다.

14세기부터 시작된 노가쿠는 일본의 가면무용극인 '노' 와 희극적인 이야기극인 '교겐' 에 대한 통칭이다.

이번 공연에선 이들 대조적인 두 장르가 같은 무대에 올라 인간사의 희비애락 (喜悲哀樂) 의 정서를 뚜렷하게 부각시키게 되는데 이는 일본에서 일찍부터 자리를 잡은 전통적 공연기법이다.

노는 생전에 맺힌 원한으로 구천에서 방황하는 혼령을 위무하면서 저승으로 이끄는 비극적인 해원제 (解怨祭) 의 양식. 이에 반해 '미친 소리' 라는 뜻의 교겐은 풍자적.희극적 요소를 담고 있다.

또 노는 장중한 연주와 노래, 고도로 절제된 몸짓과 춤을 활용하지만 교겐은 사실적인 대사와 몸짓이 어우러진 화극 (話劇) 이다.

특히 노는 신화.전설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반해 교겐은 서민의 일상적 삶에서 소재를 따온 게 특징이다.

교겐은 노 공연에 등장하는 막간극 성격이다.

노의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하거나 주연 배우의 흥을 돋구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번에 무대에 오르는 교겐고마이 작품 '아마' (海人) 는 아들의 출세를 위해 목숨을 버린 후 용궁에서 보물을 가지고 돌아오는 해녀 어머니의 모습을 묘사한다.

교겐의 한 유형인 삼바소 (三番三) 는 '노' 의 축원 절차인 오키나 (翁)에서 오곡의 풍요를 기원하는 고풍스런 축수의례 무용으로 일본 내에서도 경축일에만 행해지는 공연이다.

5일 오후 5시, 6일 오후 7시30분. 02 - 958 - 2756.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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