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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피플] 바다새 지킴이 스탄 토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캐나다 동부 북대서양 연안 뉴펀들랜드섬의 최북단 '십 코브' .불과 6명의 주민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어촌이다.

이곳에서 어부생활을 하는 스탄 토빈 (50) 은 16년째 바다새 살리기에 매달려 있다.

십 코브는 도심에서도 멀리 떨어져 청정해역으로 꼽혔다.

그러나 83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로 바닷물이 시커멓게 변했고 물이 다시 맑아질만 하면 또다시 기름유출사고가 터져 오염이 되풀이 됐

다.

"처음 기름을 뒤집어쓴 채 바닷가를 힘겹게 걷고 있는 갈매기 한마리를 발견했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 그 갈매기를 안고 집에 돌아와 깨끗한 물로 날개와 깃털에 묻은 기름을 씻어줬다.

그리고 잡아온 생선을 먹이는 등 며칠간 정성들여 보호했다.

원기를 되찾은 갈매기는 힘차게 날아올라 바다 위로 사라졌다.

이때부터 오염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바다새 살리기가 그의 중요 일과가 됐다.

매일 아침 바닷가로 나가 선박이나 유정에서 유출된 기름을 뒤집어쓰거나 바다오염으로 먹이를 구하지 못해 기진맥진한 채 바닷가로 쓸려온 새들을 거둬들인다.

"기름에 오염된 바다는 새들에게 치명적입니다. 먹이를 구하지 못해 추위에 떨다가 날아보려는 의지마저 상실하는 경우가 많아요. "

지금까지 돌려보낸 새들만 해도 수천 마리. 그러나 이미 죽어버렸거나 회복불능 상태로 발견되는 바다새가 최근 늘어나는 추세라서 그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새 살리기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토빈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눈을 떴다.

"해양오염을 막는 일은 새를 살리는 일일 뿐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후손들을 위해서도 절실한 과제라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

토빈은 최근 '뉴펀들랜드.래브라도 환경연합회' 를 설립, 캐나다 전역에서 후원자들을 모으는 한편 정부.업계를 상대로 오염방지대책 수립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바다새 살리기에서 출발한 소박한 행동이 본격적인 환경운동으로 발전한 것이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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