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출자총액제한 제도 부활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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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출자총액제한 제도 부활로 재계가 비상이 걸렸다.

30대 그룹의 출자총액은 지난 4월 현재 29조9천억원으로 1년전에 비해 12조2천억원이 늘어난 상태. 지난해 2월 제도 폐지당시 25%이내였던 순자산 대비 출자총액 비율이 현재는 35%선으로 높아진 것으로 추산돼 이를 정부가 고려중인 25~30% 선으로 줄이려면 상당히 버거운 짐을 새로 안게 된 것. 이에 따라 각 그룹은 앞으로 정해질 출자 한도.해소 시한.예외 인정범위등을 파악하느라 공정거래위 등 관계부처에 연락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재계는 일단 시행 시기가 2001년 4월로 늦춰진데는 안도하면서도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순환출자가 늘어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정부가 이해해야 한다며 불만도 토로하고 있다.

모 그룹 재무팀장은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된 뒤 각 그룹들이 부채비율 조정과 신규사업을 위해 계열사 출자를 많이 늘렸다" 면서 "1년8개월동안 이를 해소한다는 것은 무리" 라고 말했다.

출자 해소를 위해서는 유상증자.외자유치를 통해 자기자본을 늘리거나 출자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두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5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를 통폐합하면서 지분을 떠안거나 증자 물량을 인수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출자가 된 경우가 많다" 며 "정부 지시대로 계열사를 줄이고 부채비율을 낮추는 과정에서 생긴 것인데, 이제와서 문제삼는 것은 곤란하다" 고 말했다.

손병두 (孫炳斗)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갖고 "출자총액이 제한되면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으며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자유롭게 사업하는 데 비해 국내 기업은 해외에서 사업하기 곤란해 질 것" 으로 우려했다.

한편 간담회이후 해외출장에 나선 대우 김우중 회장을 제외하고는 현대 정몽구 회장.삼성 이건희회장.LG 구본무회장.SK 손길승회장 등 4대그룹 총수는 모두 그룹 사무실에 들리거나 회의에 참석해 임직원들에게 합의문 이행방안을 조속히 마련토록 지시하는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이와 관련, 5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들은 내달 3일 전경련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체적인 구조조정 실천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동섭.고현곤.표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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