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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22시간 ‘돌고래 4마리 수송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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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7일 일본 와카야마현 타이지 앞바다의 돌고래 순치장에서 돌고래 1마리가 물위를 도약하고 있다. 이를 포함한 4마리는 22시간의 수송 과정을 거쳐 8일 오전 울산 장생포에 도착했다. 아래 사진은 한·일 돌고래 수송팀이 돌고래를 나무함에 넣어 컨테이너로 운반하고 있는 장면. [연합뉴스]

일본 고래도시 타이치에서 한국 고래도시 울산까지 살아있는 돌고래 4마리를 모셔오는 특급 수송작전이 전개됐다.

육상과 하늘 길을 거쳐 줄잡아 1461㎞ 22시간 거리를 수의사·사육사 등 5명이 극진한 밀착 간호를 펼치며 호송해오는 1억여원짜리 프로젝트다.

7일오전 7시40분 일본 일본 와카야마현의 타이지 고래생태체험관. 아시아 유일의 돌고래 순치(馴致·적응훈련)장이 있는 이곳에서 나무함 4개가 진동없는 특수 컨테이너에 실려 간사이 공항으로 출발했다.

나무함 안에는 키 280~300㎝의 돌고래가 한마리씩 들어 있다. 고래의 몸에 맞도록 길이 3m35㎝, 높이 1m, 폭 90㎝ 크기로 특별 제작한 것이다. 안에는 돌고래가 익사하지 않도록 물을 반쯤만 채웠다. 또 물에 잠기지 않는 부위의 피부가 마르지 않도록 젖은 거즈를 덮어줬다.

출발과 함께 밀착 간호도 시작됐다. 수의사·사육사가 1시간~1시간30분 간격으로 휴게소에 들러 돌고래의 등을 덮은 거즈에 물과 얼음가루를 뿌려 피부건조와 체온 상승을 억제했다. 또 좁은 나무상자안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움직일 경우 다칠 것을 우려해 진정제와 항생제도 주사했다. 체온과 맥박을 재는 건강 상태 체크는 기본이다.

6시간을 달려 오후 1시30분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돌고래는 출국 수속을 마치고 휴식을 취한 뒤 1시간50분간 비행기를 타고 오후 8시5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비행중 호송 간호팀도 돌고래와 함께 화물칸에 탑승했다. 비행시간이 1시간을 넘는데다 중력과 진동으로 돌고래에 가해질 스트레스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오후 10시쯤 미리 대기하고 있던 무진동 컨테이너에 옮겨 타고 8일 오전 5시40분쯤 목적지인 울산에 도착,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11월 개장 예정)내 수족관에 보금자리를 틀 예정이다. 울산 남구청은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20분간 시민들에게 울산의 새 가족이 된 돌고래를 보여준 뒤 11월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이 완공되면 정식으로 관람객을 맞도록 하기로 했다.

울산으로 온 돌고래는 일본 고래도시 타이치가 2마리는 기증했고, 나머지 2마리는 1만달러(6000여만원)씩에 구입했다. 최근 서울대공원에서 구입할 때는 9500여만원이었지만 타이치시가 같은 고래도시인 울산 장생포를 위해 배려한 것이다.

그래도 남구청은 돌고래 4마리를 새식구로 맞는데 이번 수송비와 수족관 건립비용을 포함해 총 22억원을 투자했다.

울산 앞바다에 수천마리씩 떼지어 출몰하는 돌고래지만 수송비만 1억여원을 들여 일본에서 들여와야 하는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돌고래는 1986년부터 포획이 금지돼 있고, 수족관 안에서 관람용으로 내놓기까지 특수 조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두겸 울산남구청장은 “장생포에 고래박물관과 고래바다여행선에 이어 내달 말 돌고래 수족관을 갖춘 고래생태체험관이 문을 열면 울산은 명실상부한 고래관광 문화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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