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1500승 ! 삼성 대기록 축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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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25일 삼성 진갑용(20번)이 5회 솔로홈런을 친 뒤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25일 마산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롯데전. 9회말 롯데 마지막 타자 김주찬을 내야땅볼로 처리한 삼성 1루수 양준혁의 팔이 높이 솟았다. 3-1 승리. 삼성이 통산 1500승 금자탑을 쌓아올리는 순간이었다. 1500승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어떤 구단도 밟아보지 못한 대기록이다.

삼성은 출범 원년 1982년 3월 31일 삼미전에서 첫 승을 거둔 뒤 2730경기만에 이뤄냈다. 날짜로는 8183일 만이다. 롯데와 함께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이름을 바꾸지 않은 삼성은 이 '고지'까지 선점하며 명문 구단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한국 시리즈 최다 우승에 빛나는 기아는 2위(1467승)를 기록 중이다.

전날 롯데를 상대로 1499승째를 올리고 25일 다시 맞붙은 삼성은 자칫 대기록 달성을 다음 기회로 미룰 뻔했다. 1회 2사 3루에서 나온 롯데의 로베르토 페레즈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빼앗겼다. 후속 손인호에게도 안타를 내준 삼성 선발투수 정현욱은 이대호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겨우 이닝을 마쳤다.

그러나 1500승을 향한 삼성의 열망은 강했다. 2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 김한수의 중전안타와 후속 강동우의 2루타가 터지며 2, 3루를 만들었고 김종훈과 김대익의 내야땅볼로 경기를 2-1로 뒤집었다. 그리고 5회초 진갑용이 롯데 선발 이상목을 상대로 솔로홈런포를 쏴올려 점수 차를 벌렸다.

삼성의 더그아웃은 이때부터 김진웅 등 투수 5명을 쏟아붓는 총력전으로 승리를 사수했다. 1500승째를 이끈 주장 진갑용은 "부진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냈다"며 "대기록 달성에 기여해 기쁘다"고 말했다.

인천 문학구장에선 LG가 혈전 끝에 4강 진입의 최대 걸림돌인 SK에 11-9로 역전승했다. 29안타를 주고받고 15명의 투수를 쏟아넣은 두 팀은 이번 시즌 최장 경기 기록을 4시간34분으로 1분 늘려놨다.

LG는 8회까지 3-5로 끌려갔다. 그러나 8회초 SK 중간계투 김경태가 김재현의 머리를 맞혀 퇴장당하며 분위기가 돌변했다. LG는 갑자기 나온 투수 호세 카브레라를 상대로 대타 양현석의 3점 홈런포를 앞세워 무려 5점을 뽑아 경기를 뒤집었다. SK도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다. 8회말 곧바로 안타 3개와 사사구 3개를 엮어 3점을 뽑아 8-8 동점을 만든 것. 결국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올인'을 선언한 두 팀의 기세에 눌린 듯 승리의 저울은 연장에서도 쉽게 기울지 않았다. LG가 10회초 4안타를 몰아치며 3점을 얻어 달아나자 SK도 10회말 1점을 뽑으며 끝까지 LG를 위협했다. 결국 2사 만루에서 SK 채종점이 2루수 앞 땅볼을 치고서야 LG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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