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디자인이 경쟁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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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와 많은 경제연구소들이 우리 경제는 IMF관리체제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연간 7~8%의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수출이 증가 추세에 있고 모든 경제수치가 희망적인 신호를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오래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주력 수출품목의 지속적인 단가하락과 함께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국제유가 상승, 물류비 상승, 선진국의 수입규제 등으로 수출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여기서 주력 수출품목 단가하락의 원인을 살펴보면 임금삭감을 바탕으로 한 저부가가치의 상품, 저가 브랜드 이미지, 낙후된 산업디자인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시점에서 새삼스럽게 산업디자인을 강조하는 것은 수출품 단가상승 및 유지는 산업디자인을 통한 방법이 가장 빠르고 손쉬운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먼저 기업은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것이다.

디자인이란 단순히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소극적인 개념으로 해석돼서는 안된다.

오히려 마켓 활성화를 위한 신제품이 끊임없이 출현하는 요즘 시장에서 디자인은 선택의 주도성을 갖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의 평준화는 제품의 균등화를 초래해 제품간의 차이점을 식별하기 어렵게 돼 가고 있다.

즉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제품의 속성 그 자체가 아니라 오히려 이를 직.간접적으로 대변하는 디자인이므로 이를 통한 경쟁력확보는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경제위기에 봉착했을 때 많은 기업이 디자인연구소의 연구규모와 대학으로 지원되는 지원금을 취소, 삭감하고 연구원을 대량 퇴출시키면서 자체 디자인 개발보다는 단기적으로 유리하고 최소한의 성과가 보장되는 선진국의 유사한 디자인 도입에 안주했다.

그 결과 기업의 생명력인 연구개발력과 세계시장에서 겨룰 만한 변변한 상품이 없어 어느 기업도 탄탄한 미래를 보장받기 힘들어진 게 현실이다.

최근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 (大前硏一)가 "한국은 획기적 산업구조 개편 없이는 선진국의 백년하청국을 면하기 어렵다" 고 꼬집은 것은 임금삭감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로 인한 제품 경쟁력의 격차는 오히려 벌어진다는 말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기업은 우리 상품에 첨단기술과 독창적인 디자인을 담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상품들은 그 나라의 문화에 바탕을 둔 독창적인 디자인이란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 고객의 욕구와 사회변화를 예리하게 분석, 예측해서 그에 적합한 고부가가치의 우수상품 생산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의 기본토대를 재구축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산업디자인을 촉진하기 위한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보다 중요한 점은 기업 스스로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연구투자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산업디자인에 바탕을 둔 수출산업구조 개편만이 무너진 수출단가를 상승시키는 길이며, 디자인은 생산기술.과학기술과 함께 국제경쟁력 증진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김지철 세종대교수.산업디자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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