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 부채처리]여론 의식 부채 전액 안을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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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삼성그룹과 삼성자동차 채권단은 삼성생명 상장 여부에 관계없이 삼성측이 내년말까지 삼성차 부채 2조4천5백억원을 전액 갚는 부채처리 방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채권단 가운데 산업은행이 삼성측의 부채처리 방안 가운데 일부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삼성과 채권단간의 최종 합의는 24일 중 채권단 전체회의를 거쳐 확정키로 했다.

삼성차 채권단은 23일 오후 운영위원회를 열고 삼성측이 내년말까지 이건희 (李健熙) 회장이 맡긴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 중 채권단 몫인 3백50만주에 대해 주당 70만원씩 2조4천5백억원을 모두 지급하는 부채처리안을 원칙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날 삼성측은 채권단 몫으로 내놓은 3백50만주의 소유권을 채권단에 넘기되 처분권을 다시 위임받아 내년말까지 국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장외나 해외매각을 통해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키로 했으며, 만일 매각가격이 주당 70만원에 못미치면 부족분을 전액 보전해주기로 했다.

삼성측은 부족분의 보전방법과 관련, 삼성생명에 대한 李회장의 잔여지분 80만주나 계열사 보유 지분에서 삼성생명 주식 50만주를 추가 출연하고, 그래도 모자랄 경우 무의결권 우선주 매입 또는 후순위채 매입 등의 방법으로 보전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관련 규정상 무의결권 우선주 매입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이의를 제기했고, 이에 따라 채권단 내부 및 삼성측과의 추가 절충을 거쳐 24일 중 최종안을 도출키로 한 것. 그러나 양측이 큰 줄거리에는 합의함에 따라 금융제재라는 벼랑 끝까지 몰릴 듯했던 삼성자동차 부채처리 문제는 2개월여만에 매듭을 짓게 될 전망이다.

◇ 급진전의 배경 = 삼성의 양보로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4백만주외에는 추가출연이 절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삼성은 지난 10일 채권단의 단계적 금융제재 방침이 나온 후 국내외에서 신인도 문제가 거론되면서 조금씩 물러서기 시작했다.

특히 삼성으로서는 대우 문제가 경제 전반에 쇼크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여유 있는 삼성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는 여론이 형성되자 전액 책임으로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20일 금융연구원이 삼성생명의 상장시 주당 가치가 4만원에도 못미친다는 발표가 '삼성생명 상장' 이라는 전제를 협상조건에서 배제시키는 계기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양측은 보다 구체적인 협상을 할 수 있게 됐고, 타결에 가까운 의견접근을 본 것이다.

삼성은 2조4천5백억원을 책임지는 대신 2000년 말까지라는 시간을 번 반면 채권단은 금액에 대한 삼성의 약속을 얻어내면서 차후 삼성이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직접 주식매각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

◇ 가속도 붙을 삼성자동차 법정관리 = 채권단은 삼성차의 재산보전처분결정이 내려지는 대로 삼성차의 자산실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주장하는 삼성차 자산가치 (1조2천억원)가 되는지 평가하고 재가동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삼성으로부터 2조4천5백억원을 받더라도 5천억~6천억원 가량의 부채는 남기 때문에 삼성차 부산공장 등 자산을 제3자에게 매각, 나머지 채권을 해소하고 삼성자동차 처리를 완결지을 방침이다.

그러나 삼성측이 채권단에 2조4천5백억원을 내놓는 과정에서 계열사별로 소액주주의 반발과 채권단 내부의 갈등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종윤.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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