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이야기] 윈도우 와이퍼는 가정주부 발명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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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눈.비가 오거나 먼지투성이의 길을 달리다 보면 시야가 가려 운전이 어려워진다. 이 때 앞창을 깨끗이 닦아주는 윈도우 와이퍼는 자동차에 없어선 안될 필수 장치다.

이런 윈도우 와이퍼를 처음 개발한 것은 미국의 한 주부였다. 1903년 여름 미국 앨러버머주 버밍험에 살던 마리 앤더슨 부인은 마침 비가 퍼붓는 날 전차를 탔다.

몰아치는 빗줄기에 쩔쩔 매는 전차 운전수를 보고 앤더슨 부인은 비를 닦아줄 장치가 있으면 얼마나 요긴할 까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궁리를 거듭하던 앤더슨 부인은 어느날 마당을 쓸다가 손에 쥔 빗자루를 보고 아이디어가 반짝 떠올랐다.

몇 달간의 연구끝에 마침내 지금의 형태와 비슷한 최초의 '수동식' 윈도우 와이퍼를 발명, 특허를 받았으나 실용화엔 실패했다.

그 후 15년간이나 빛을 보지 못한 채 잠자고 있던 것을 포드 자동차가 발견, 1919년 처음으로 실용화했으나 이 때 역시 널리 보급하는 데엔 실패한다.

이 수동식 와이퍼는 옆자리에 동승한 사람이 물레 돌리듯 레버를 움직여 빗물을 닦아주어야만 했었다.

그러다 보니 동승자가 없을 때면 운전자는 운전하랴 와이퍼를 돌리랴 정신이 없었던 것.

1929년 비로소 진공모터로 돌려주는 반자동식 와이퍼가 발명됐다. 이것도 포드가 도입해 혁명을 일으켰으나 이번에도 자동차 엔진이 꺼지면 압축공기를 만들지 못하는 불편이 있었다.

지금의 전기모터식 와이퍼가 탄생한 것은 1936년. 제너럴모터스 (GM) 의 기술진은 엔진이 꺼져도 배터리 전지로 움직이는 와이퍼를 캐딜락에 처음 장착, 큰 인기를 모았다.

유리 표면을 매끄럽게 닦아주는 물뿌리개 윈도우 와셔는 1950년 역시 미국에서 발명됐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가운데 윈도우 와이퍼의 발달이 가장 늦은 편이었던 셈.

최근엔 스위치만 넣어주면 컴퓨터가 비의 속도를 감지, 동작을 조절해주는 와이퍼까지 나왔고, 와이퍼 없이 눈.비를 맞으면 '순간 건조' 를 시켜주는 장치가 개발중이란 얘기도 들린다.

전영선 (全永先) 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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