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현대가 지킨 ‘조용한 내조’ 40여 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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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정화(사진) 여사가 5일 담낭암으로 별세했다. 70세.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이 여사는 5일 저녁(한국시간 6일 새벽) 미국 텍사스 휴스턴 암센터에서 담낭암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이 여사는 석 달 전 건강검진에서 담낭암이 발견돼 치료를 받아왔으나 병세가 나빠져 추석 연휴 직전 전세기를 이용해 미국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다. 미국행에는 정 회장을 비롯한 정의선 부회장 내외, 큰딸 성이씨 등 가족이 동행했다.

고인은 8일쯤 한국으로 이송돼 현대아산병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발인은 10일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지는 경기도 하남 창우리 선영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 숙명여고 출신인 이 여사는 손위 동서인 이양자씨(고 정몽필씨의 부인)가 1991년 세상을 떠난 뒤부터 현대가(家) 맏며느리 역할을 해왔다. 이 여사는 현대가 전통대로 평생 남편을 묵묵히 뒷바라지해 왔다.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1남3녀를 길러냈다. 서울 한남동 자택에 살던 이 여사는 정 명예회장 생전에 시댁인 청운동으로 매일 새벽 3시30분이면 달려가 아침을 준비하곤 했다. 정 회장과 인연은 현대건설에서 일하다 알게 돼 연애결혼을 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이 현대·기아차를 세계 6위권 자동차 메이커로 키워낼 수 있었던 데에는 이 여사의 40여 년간‘조용한 내조’가 큰 몫을 했다는 게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여사가 재계에 이름을 알린 것은 2003년부터다. 당시 해비치리조트 이사직을 맡은 데 이어 2005년에는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별세 때까지 고문직을 맡아왔다. 특히 성이씨와 사업 논의를 주로 하면서 경영에 관심을 보였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말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2005년 기아차 사장을 맡은 뒤로는 해외 모터쇼에 성이씨와 동행해 공식 석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성이씨는 현대·기아차그룹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의 고문을 맡고 있다. 둘째 딸 명이씨의 남편 정태영씨는 현대캐피탈 사장이고 셋째 딸 윤이씨의 남편 신성재씨는 현대하이스코 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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