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지금이 ‘그때’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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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32강전] ○ 황이중 7단(중국) ● 허영호 7단(한국)

제2보(16~23)=세상사라는 게 매번 그렇다. 지나고 보면 ‘그때’가 중대한 고비였구나 알게 된다. 슬그머니 지나간 그때에 대한 아쉬움은 그래서 더욱 진하게 남는다.

16으로 나오면 17로 파고들고 백은 18로 벌린다. 정석이고 평화로운 흐름이다. 그 다음 허영호 7단이 19로 뛰어들었을 때가 지나고 보니 바로 그때였다. 하지만 두툼한 인상의 황이중 7단은 아직 아침의 평화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쉽게 20으로 눌러 막는다. 사실은 가장 상식적인 응수다. 하지만 21로 재차 파고들자(뻔히 예상할 수 있었던 수인데도) 가슴이 뜨끔해진다. 22로 빠지니 23으로 크게 살았다. 그것도 백이 선수를 잡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흑▲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여서 검토실엔 백이 뭔가 크게 당했다는 느낌이 진하게 퍼져 나간다.

박영훈 9단은 ‘참고도 1’ 백1로 잡는 게 좋았다고 말한다. 이후 백9까지 진행되면 좌변의 실리가 통통해 백은 아무 불만이 없다. 상변은 서로 미생마니까 충분히 싸울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흑이 ‘참고도 2’ 흑4로 변화하면 어쩔 것인가. 황이중도 이걸 고민했을지 모르지만 그때는 5로 붙여 11까지 두어 나간다. 흑이 아직 미생이어서 백도 둘 만하다는 분석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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