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이웃] 장애인용 구두만들기 한평생 남궁정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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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믿기 어렵겠지만 목발을 짚고 왔다가 제가 만든 신발을 신고 목발을 두고 간 이도 있고 휠체어를 타고 왔다가 걸어나간 이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신발 때문에 장애인들이 장애를 두배 세배 더 느끼고 있었던 것이지요"

장애인 구두만을 제작하는 세창장애인연구소 남궁정부 (南宮政夫.59) 소장. 그 자신 한 팔이 없는 장애인이기도 한 남소장은 장애인 구두만들기에 인생을 걸고있다.

개개인의 발도장을 찍고, 발 형틀을 만들어 신발을 제작하기 때문에 장애인 신발 제작에는 한 달도 넘어 걸린다.

남궁소장이 3명의 직원과 함께 만들어내는 장애인 신발은 한달에 1백50여 켤레. "일반 신발보다도 훨씬 정교해야합니다. 만들 때 고작1㎜의 오차가 생겼더라도 신을 때엔 엄청나게 불편하거든요. " 남궁소장은 다 만들어진 신발을 뜯어내 버린 것도 한 두번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장애인신발 만들기에 나선 것은 95년 초 교통사고로 한 팔을 잃은 후부터. 의수를 하러 제작업체에 들렀다가 "장애인들이 신발 때문에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는 말을 듣고 장애인 신발을 만들자고 결심했다.

13세 때 구둣방에 도제로 들어간 이래 구두만들기 한길을 걸어왔던 그는 당시 천호동에서 제화점을 직접운영하고 있었다.

대학 교수들을 찾아다니고, 짧은 영어 실력을 총동원해 외국 책을 구해 읽은 끝에 그해 말 세창장애인연구소를 설립했다.

"소아마비 장애자는 발의 길이가 맞도록 신발을 맞춰 신으면 요통.관절염 등을 피할 수 있습니다. 당뇨나 류마티스 환자들도 적절한 신발로 고통을 덜 수 있죠. "

장애인 구두 한 켤레 값은 18만~20만원선. 그러나 별 이은 없다. 아내와 아들이 운영하는 식당 벌이로 가계생활을 한다. 그의 희망은 장애인 직원들을 많이 고용하는 것.

장애인들이라 훨씬 사명감을 가지고 장애인 신발을 만들 수 있는데다 생계도 해결돼 자립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다.

"9㎝ 크기의 장애 아이 신발을 만들 때 가장 가슴이 아팠다" 는 남궁소장은 "제대로 된 장애인 신발 만들기에 남은 인생을 걸겠다" 고 말했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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