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맥주업계, 주세공청회서 열띤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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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주세체계 개편을 위해 17일 열린 공청회에서는 첨예한 시각차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주최측인 조세연구원은 토론의 제목 자체를 '사회적 비용감축과 WTO 주세판정 이행을 위한 주세율체계 개편 방향' 으로 내걸어 처음부터 음주문화 논쟁으로 몰아갔다.

주제발표에 나선 조세연구원 성명재 (成明宰) 연구위원은 "음주운전사고.청소년 음주 등을 감안할 때 세율을 높여 주류소비를 억제해야 한다" 며 "특히 위스키 가격의 12분의 1에 불과한 소주의 세율을 대폭 올려야 한다" 고 주장했다.

한양대 나성린 (羅城隣) 교수도 "우리나라는 잘못된 술 소비문화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커 주세체계 정비를 통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며 "이를 위해 소주.위스키 세율을 동시에 높이고 맥주세율은 현재 수준으로 고정시켜야 한다" 고 말했다.

하지만 소주업계는 펄쩍 뛰고 있다.

소주업계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소주세율을 1백%로 인상할 경우 소비가 53% 이상 줄어들 것" 이라며 "마지노선인 45%선을 고수하기 위해 강력히 대처할 것" 이라고 밝혔다.

공청회에 소주업계 대표로 참석한 신영휴 (申榮休) 금복주 전무는 "소주세율을 1백%로 올리는 것은 소득 배분을 왜곡하고 국민주인 소주를 말살하는 자해행위"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세율이 35%에서 45%로 조정되면 3백60㎖ 1병 소비자가는 8백원에서 9백16원으로 올라가지만, 1백%로 올리면 가격이 1천2백원대로 뛰어 소주를 즐기는 서민들에게 큰 부담을 준다는 주장이다.

소주업계는 맥주업계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세율 조정이 위스키와 소주의 문제인데, 맥주가 끼어들어 초점을 흐리고 있다" 며 "맥주를 끼워넣은 재경부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OB.하이트맥주는 "독한 술의 소비를 억제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순한 술인 맥주가 위스키.소주보다 주세가 높은 것은 상식밖의 일" 이라며 "맥주 주세를 1백30%에서 75%로 낮춰달라" 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5백㎖ 1병의 소비자 가격이 1천2백원에서 9백~9백50원으로 낮아진다.

고현곤.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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