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학계 등 '상속.증여세 평생추적' 비판 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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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자민련과 재정경제부가 밝힌 '상속.증여세 탈루 평생 추적' 방침에 대해 한나라당과 학계.법조계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여권은 지난 16일 "상속.증여세를 탈루한 자에 대해선 평생 추적해 과세하고, 조세범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과세시효를 연장하겠다" 고 발표한 바 있다.

변칙상속.증여를 통한 부 (富) 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의도다.

한나라당은 17일 조세의 형평성과 시효제도의 취지를 상기시키면서 반박했다.

정창화 (鄭昌和) 정책위의장은 "평생 시효라는 것은 시효제도의 근본 취지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이 문제를 삼는 이유는 "여권이 '가진 자' 와 '못가진 자' 간의 갈등을 부추기면서 실효성도 없는 조항으로 생색만 내려 한다" 는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정기국회에서 이 조항의 수정을 요구할 태세다.

외국에선 미국이 영구적으로 과세하고 있을 뿐 영국의 경우 20년이 시효다.

정부와 여당간 협의과정에서도 "너무 심하다.

차라리 30년으로 연장하는 선에서 다듬자" 는 일부 의원의 지적이 있긴 했다.

그러나 "변칙 상속.증여의 경우 탈법사실이 발견된 시점부터 시효를 정해야 한다" "일부 부유층이 현행 시효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만큼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는 주장들에 밀렸다.

국민회의 임채정 (林采正)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의 비난은 소아병적인 발상" 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한나라당의 주장에 수긍하는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대법원의 한 법관은 "상속.증여세에 대해서만 시효제도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다른 법들과 균형이 맞지 않는다" 면서 "살인범도 시효를 두는 취지를 생각해 보라" 고 꼬집었다.

익명을 부탁한 조세전문 변호사는 "현재도 15년간 추적할 수 있는데 그동안 징수하지 못한 세금을 과세기간을 늘린다고 해서 징수할 수 있다는 얘기냐" 며 실효성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서울시립대 최명근 (崔明根) 교수는 "현재도 조세포탈의 경우 특가법상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 최고형으로 엄단되는 경우는 없다시피 하다" 며 "과세를 엄정하게 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면 시효를 늘리기보다는 생존시 과세를 강화하는 등 다른 방법이 많다" 고 밝혔다.

결국 정기국회에서 이에 관한 여야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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