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입양아 남매, 양부모와 한국순례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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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 아이들을 입양해 키우는 부모로서 자녀들이 태어난 나라에 대해 알게 해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

프랑스 파리에서 남쪽으로 30㎞ 정도 떨어진 인구 2천5백명의 작은 전원도시인 상케이시 의회 의장 마르탱 이베르 (50.여) . 그녀는 자신의 자녀 3명을 포함한 한국 입양아 9명 등 일행 20명과 함께 지난 15일 우리나라를 방문, 한국 문화 순례에 나섰다.

한국인 입양아 중 블루앤 (22.여.대학생.한국명 효순).비비안 (19.여.고교생.한국명 은실).얀 (18.고교생.한국명 윤호) 등 3명이 이베르 의장의 자녀들.

막내 아들인 얀은 "내가 태어난 나라라는 생각에 감정이 북받친다" 며 "훌륭한 문화유산과 경제적 발전이 놀랍다" 고 했다.

이베르 의장 일행은 대구 북구청.팔공산 동화사와 안동.경주.해인사 등의 문화유적지를 방문하고 28일 프랑스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베르 의장은 "머나먼 이국땅에서 자라는 한국 입양아들에게 태어난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몸소 체험하게 하고 싶어 이런 코스를 택했다" 고 말했다.

한명은 외로울 것 같아 세명을 차례로 입양한 그녀는 자녀들이 자라면서 자신들의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보고 한국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97년 프랑스를 방문한 대구시 북구청 이명규 (李明奎) 구청장을 만나 한국측과 친선교류를 제안했다.

李구청장은 구청 소식지에 이들의 뜻을 실었고 주민 20여명이 친선모임을 희망, 같은해 12월 대구시 북구청.프랑스 상케이시간 친선모임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8월부터 파리 도핀대학 한국어반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이베르 의장은 프랑스에 사는 한국인들을 통해 김밥.만두 등 한국 요리와 서예를 배웠고, 회원들과 안동 하회탈 모양을 만들어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한.프랑스친선모임의 대구시 북구청측 회장인 이해천 (李海天.36.여.대구 동부여고 교사) 씨는 "프랑스 부모들이 한국인 입양아들에게 친자식 이상의 사랑을 쏟는 데 감명받았다" 고 말했다.

이베르 의장은 "이번 여행으로 자녀들이 한국을 많이 배우는 것 같아 기쁘다" 면서 흐뭇해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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