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정사정 볼것 없다' 박중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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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변신이냐, 아니냐. 아직도 사람들은 PC통신에서 이런 주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을 지 모른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에서 주연을 맡은 박중훈 (35) 얘기다.

1년간의 휴식을 마치고 그가 돌아왔다. 그의 복귀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영화에서 보여준 그의 표정과 대사 하나하나에 포복절도하는 웃음으로 답해주든가 아니면 변신에 대한 아쉬움을 PC통신에 피력하든가.

그래도 그가 반갑다. 한 때는 자신의 연기생활에 대해 자신감을 잃고 꺼칠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지금 장난기어린 그 특유의 웃음을 흠뻑 머금고 우리 곁에 찾아온 박중훈을 지난 주말에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인정사정…' 에서 보여준 당신의 연기가 영화 흥행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지만 일부 관객들은 당신의 연기가 변신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난 내가 변신한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웃음) 아마도 내 코믹한 연기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만, 난 이번 영화에서 코미디 연기를 '진지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

- 당신의 이미지는 코믹 연기로 굳혀졌다. 때로는 이게 부담도 될 것 같은데.

"연기자 '박중훈' 의 핵심 캐릭터는 유머다. 주제와 인물이 다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나는 관객들에게 유머를 보여주고 싶다. 배우에겐 적역 (適役) 이란 게 있다. '레인 맨' 의 더스틴 호프만과 '대부' 의 말론 브란도가 배역을 바꿔했다고 생각해보라.우습지 않나?"

- 당신이 한 때 슬럼프에 빠진 것은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치밀하지 못했던 까닭이라는 지적도 있다.

"인정한다. 좋은 배우는 연기만 잘 하는게 아니라 좋은 작품을 고르는 안목도 갖고 있어야 한다. 이전 작품들 선택엔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엔 분명한 상황과 캐릭터, 연출이 함께 했다. 작전이 있는 축구시합 같은 거였다. "

- 마지막 결투장면을 찍을 땐 무슨 생각했나.

"액션장면은 감정보다 에너지가 필요하다. 감정을 계산해서 보여주는 연기도 있지만 이 부분에선 에너지로만 버텼다. 몸과 몸의 기운으로 버텨내는 것 말이다. "

- 이번 영화에 대해 '이야기는 없고 스타일만 있다' 는 지적도 있다.

"영화를 어떻게 보는가는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다. 그렇게 볼 수도 있지 않은가. 다만 이명세 감독은 무엇을 찍는가보다는 어떻게 찍는가를 중시하는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

요즘 그의 화두는 '인기' 라고 했다. 인기가 목적은 아니지만 연기자인 자신의 생활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기의 실체에 대해 거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했다.

"연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 라는 마지막 질문에 그는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답했다.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 이라고.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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