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살아있다] 10. 속내 들여다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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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충북 청주 시민들은 '인근 텃밭에서 생산된 채소를 서울 가락시장으로 먼저 올려 보냈다가 다시 내려 온 다음 사 먹는다' 고 불평한다. 물류비 등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직접 시장으로 옮겨진 물건보다 더 비싸지기 때문. 이같은 불평은 청주시민뿐만 아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수원.인천.청주.천안.대전.강릉.속초 등 중.북부 지방도시에서 거래되는 먹을거리 가운데 60~80%가 이같은 '역류 (逆流) 농산물' 로 추정된다.

이같은 이상한 일이 왜 벌어지는 걸까. 이는 농.수.축산물 특성상 품목당 최소한 5t트럭 한대 분 이상의 '규모 시장' 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방도시 시장은 연간 취급물량이 겨우 20만t 미만일 정도로 영세하다.

따라서 농어민들은 우선 물건을 서울로 보내야 팔 수 있고, 지방의 도매시장들은 서울에 가야만 제대로 된 물건을 구색 갖춰 공급받을 수 있는 것. 전문가들은 농산물의 유통구조가 이같이 왜곡됨으로써 중복 수송 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1조원이 넘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11일 오전 3시 가락시장에는 경기도.충청도.강원도로 물건을 실어 나르기 위한 트럭들이 줄서 있었다.

온양의 양주상회, 평택의 삼흥상회 차는 물론 강원도 춘천, 인천, 안산 등지에서 올라 온 중소형 트럭들이 눈에 띄었다.

이와 관련,가락시장 측은 어느 나라나 중앙시장은 대형 공급기지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즉,가락시장을 통한 효율적인 분산과 가격 결정기능을 감안하면 중복수송으로 인한 손실보다 이득이 훨씬 더 크다는 주장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관계자는 "영세한 소농 (小農) 구조의 농산물 생산이 수집상을 필요로 하고 또 영세한 상인구조가 복잡한 판매형태를 요구하고 있다" 며 "기업농을 육성하고 대규모 유통 매장이 지역별로 대폭 확대돼야 자연스럽게 이같은 문제가 해결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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