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품앗이 교실 열고 미숙아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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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최정혜(가운데)씨가 과학교재를 활용해 이웃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품앗이 수업을 하고 있다. [관악구 제공]

지난달 17일 오후 2시 서울 관악구 봉천동 건강가정지원센터. 최정혜(38·주부)씨가 동물도감을 펼쳐 보이자 뛰어놀던 아이 4명이 둥글게 모여 앉는다. 최씨는 물고기를 가리키며 “깊은 바닷속에만 사는 물고기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사기와 퍼즐 등 교구를 활용한 과학 수업도 진행했다.

어린이집과 비슷한 풍경이지만 이곳은 엄마가 선생님이 되는 ‘품앗이 교육’ 현장이다. 최씨는 이날 아들 도윤이(5)와 함께 다른 세 가구의 어린이 3명을 돌봤다. 최씨는 “이웃집 엄마들과 돌아가며 아이들을 맡아 영어·과학을 가르친다”며 “엄마들이 돌봐주니 안심이 되고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산수를 가르치는 정유진(36·주부)씨는 “품앗이 덕에 둘째를 가질 용기가 났다”며 웃는다.

관악구에서는 지난해 10월 ‘품앗이 교육’을 시작했다. 방과 후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고민하는 이웃들의 고충을 해결해보자는 취지였다. 현재 40여 명의 엄마들이 참여하고 있다.

올 4월부터는 ‘엄마공부모임’이라는 아이디어를 보탰다. 구청에서 장소 제공과 강사 섭외를 해주고, 엄마들이 ‘아이와의 대화법’ ‘우리 아이 책 어떻게 읽힐까’ 등의 주제를 선정해 육아·교육 정보를 나누도록 했다. 관악건강가정지원센터 가정교육팀 양지연 담당은 “우리 구에는 맞벌이 엄마의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일과 가사에 바쁜 엄마들이 서로 기댈 곳을 만들어주기 위해 ‘엄마공부모임’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지역 특성을 반영한 ‘톡톡 튀는 저출산 대책’을 내놓고 있다. 1회성 출산장려금보다는 지속적인 지원 방법을 찾아 고민한 결과다.

서초구는 노산(老産)이나 시험관아기 시술로 구내 미숙아 출산이 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에만 서초구보건소에 등록된 미숙아가 245명이고 이 중 1.5㎏ 미만의 미숙아는 24명이나 됐다. 미숙아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서초구에서는 연간 8000여 만원을 들여 ‘미숙아 지원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영양사, 영유아 성장 발달 스크리닝 전문가, 북스타트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미숙아 도우미팀’이 가정을 월 1회 직접 방문해 아이의 영양상태와 성장 발달 정도를 진단해준다.

이 밖에도 ‘무료 미혼남녀 만남 주선’(강남구), 할머니에게 육아정보를 가르치는 ‘예비 할머니 교실’(서초구), 방과후 교실 운영을 지원하는 ‘명문 학교 육성 프로젝트’(중구) 등 이색적인 출산 장려 대책들을 진행하고 있다. 숙명여대 여성인력개발대학원 이영민 교수는 “정부 차원의 큰 틀도 중요하지만 지역 특성이 반영될 때 질 높은 출산 장려 대책이 나온다”며 “1회성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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