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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나] 저녁엔 와인 낮엔 보이차, 2억원으로 가게 차리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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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차를 결합한 매장 개설을 준비 중인 권대일씨가 ‘씨앤드에스 마이크로웨이브’가 실시한 잡투어에 참가해 와인잔을 정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권대일(38)씨는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에 다니고 있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창업을 통해 새로운 인생에 도전해 보고 싶어 한다. 영업직에 있다 보니 평소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와인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동호회 활동을 하는 등 중국 보이차(茶)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는 내년께 와인과 이탈리아 음식을 취급하는 ‘와인 비스트로’와 찻집을 결합한 매장을 차리고 싶어 한다. 낮에는 보이차를 팔고, 저녁에는 와인 비스트로로 손님을 끌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창업 비용으로 2억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권씨는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에게서 창업 컨설팅을 받았다. 또 본지가 ‘잡투어(www.job-tour.co.kr)’와 함께 무료로 진행하는 직업 체험에도 참여했다. 와인 비스트로 매장에서 이틀간 와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탈리아 음식 조리 과정과 매장 관리 방법 등을 배웠다.

이경희 소장은 “창업을 하기 전에 고객으로서의 경험을 자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소장은 성공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와인 비스트로나 와인 바만 보고 섣불리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특히 권씨는 본격적인 창업 준비를 시작하지 않아 와인이나 찻집 관련 전문 교육을 이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상품에 대한 지식이 현재로서는 매니어 고객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사업 모델과 점포 경영에 대해서도 아이디어 차원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 소장은 “와인과 찻집은 업종 특성상 매니어 층을 잡아야 성공할 수 있는 만큼 일반 음식점과 달리 전문적인 지식과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씨가 종사하고 있는 기업과 소규모 점포의 경영은 다른 점이 많다. 점포 선정과 인테리어·시설을 갖추는 일은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는다 치더라도, 경영이나 마케팅·고객 관리 분야는 창업에 필요한 교육을 받거나 관련 서적을 읽는 게 도움이 된다.

이 소장은 와인 비스트로와 찻집을 결합하는 아이디어도 재검토해 보라고 권했다. 찻집 인테리어와 와인 비스트로는 인테리어 분위기를 통합하기 어렵고, 낮에 차를 즐기기 위해 오는 고객과 저녁 와인 고객층이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사업 모델의 정체성이 불분명해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성탁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인생 2모작 창업 프로젝트 권대일씨에게 추천하는 아이템

● 2만4만원 대 와인바
● 와인 파는 스파게티 전문점
● 한식 디저트 카페 형식 전통 찻집

권대일씨를 컨설팅한 이경희 소장은 “시장 규모나 현황, 사업 타당성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과 아이디어 수준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권씨는 영업을 하면서 지인이 많아 그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 매일 와줄 수도 없고, 매일 매출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인의 도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다 대중적인 수요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와인바는 오후 9시 이후가 피크 타임

보이차 매니어가 있지만 아직은 중국 명차에 대한 수요가 대중적이지는 않다. 권씨는 와인바와 와인을 판매하는 레스토랑에 대한 개념 구분이 불분명한 상태다. 메인 음식 없이 간단한 안주류와 와인을 판매하는 와인바의 경우 보통 오후 9시 이후가 피크타임이다. 메인 음식이 분명하다면 오후 7시부터 피크 타임이 가능하다. 현재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음식점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와인을 제대로 된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음식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이 경우 주방장 등 종업원 수준이 따라줘야 하기 때문에 운영 비용이 많이 든다. 음식점 경영 경험이 없는 사람이 뛰어들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음식 수준을 낮추면 시설비나 인건비 등을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음식 판매가 주가 되고, 와인은 판매하는 주류 중 하나가 돼버린다.

와인 가게 창업하려면 전문 교육 받아야

이 소장은 몇 가지 방법을 권했다. 권씨가 2억원 정도로 와인바를 운영한다면 냉동 상태로 받아서도 충분히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프랑스나 이탈리아풍 요리 한두 가지를 선정해 식사와 와인을 함께 판매하는 사업 모델을 구상할 수 있다. 현 자금으로는 규모를 키울 수 없으므로 와인 판매 가격대를 한 병에 2만~4만원 선으로 맞추고, 음식 가격도 2~3인이 2만~3만원대에 즐길 수 있도록 설정하는 게 좋다. 냉동으로 들여와 오븐 등에서 데우고 토핑만 하면 되는 음식의 종류로는 이탈리아 피자와 유사한 프랑스의 플럼베 같은 메뉴가 있다. 토핑 종류가 다양해 선택 폭이 넓은 게 장점이다. 반드시 식사 대용으로 가능해야 초저녁부터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간단한 캐주얼 푸드에 와인 판매까지 병행할 수 있는 모델을 운영하려면 현재 권씨가 가진 와인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문적인 교육 과정을 밟아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와인을 판매하면서 스파게티나 이탈리아 피자 등을 주 메뉴로 하는 스파게티 전문점 창업을 고려해 볼 만하다. 전문 음식을 취급하려면 프랜차이즈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창업을 택하는 게 유리하다. 스파게티 메뉴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고객층이 10대나 가족 단위가 되고, 와인 판매를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스파게티 의 품질을 유지할 경우 20~30대 직장인이나 여성을 타겟으로 할 수 있고 중저가의 와인 판매도 기대할 수 있다. 전자는 가격이 저렴해야 하고, 입지도 유동인구가 많은 복합 상가가 적합하다. 후자는 오피스가를 비롯해 복합쇼핑몰 패션가 등 20~30대 유동이 많은 곳을 고르는 게 좋다.

1 권대일씨가 서울 대치동에서 꼬레뱅이 운영 중인 와인 비스트로 ‘보나베띠’에서 이종락 소믈리에(오른쪽)와 와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 권씨가 테이블 세팅을 하고 있다. 3 권씨가 김용호 ‘보나베띠’ 총주방장(왼쪽)과 피자도우를 만들고 있다.


와인을 포기한다면 전통차 전문점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찻집은 현 자금으로 충분히 창업이 가능하다. 커피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만 오피스가 등 일부 입지에서는 전통차 판매점을 찾는 고객층이 있다. 다만 중국 명차 컨셉트에서 차의 범위를 넓히고 종류도 다양화하는 게 낫다. 이럴 경우 일반적인 전통 찻집과는 다른 컨셉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식디저트 카페 개념을 적용해 간편한 식사 메뉴를 취급할 수 있다. 소매 개념을 결합해 판매를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허브차로 개념을 잡을 경우 입지 전략이 완전히 달라지고 소매가 결합돼야 수익성이 보장된다. 찻집은 커피숍과는 고객층이 다르므로 유동인구가 많은 1층보다 상가가 발달된 건물이라면 2층이나 지하층에 입점해도 무방하다. 이렇게 하면 권리금을 줄일 수 있다. 전통찻집의 창업비용은 입지 및 규모 에 따라 편차가 큰데 점포 구입비를 포함해 1억~2억원 선으로 예상하면 된다.

이익 내는데 오래 걸려, 운영 자금 넉넉히 준비를

권씨는 내년께 창업할 계획인 만큼 그동안 집중적인 창업 준비가 필요하다. 와인이나 찻집 중 어느 걸 하더라도 인터넷 마케팅이 중요하므로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미리 만들어 두라. 다양한 차를 만들 수 있는 교육을 받고, 와인도 간단한 안주 정도는 직접 만들 수 있는 실무 교육을 받아 두자.

두 업종 모두 대중적인 사업은 아니므로 사업 계획서도 꼼꼼히 짜는 게 좋다. 브랜드, 시설 계획, 상품 전략은 기본이고 마케팅 방안을 다양하게 생각해 둬야 한다. 찻집이나 와인 관련 업종은 우아한 사업이라는 생각 때문에 판촉이나 마케팅을 소홀히 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가 많다.

시장 조사를 할 때는 두 업종 모두 감성적인 성향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인테리어 재질, 조명, 그릇 색상, 간판 등 시설 분위기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업종 모두 분식집이나 여타 음식점에 비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반드시 일정 기간 동안의 운영 자금을 준비해 둬야 한다.

이경희 소장(오른쪽)과 상담하고 있는 권대일씨.

이번 주 컨설팅 자문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와 세종대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자문위원과 세종사이버대 겸임교수,
여성부 창업멘토 등을 역임했다. 대기업과 대학에서 창업 강좌 및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잡투어 와인 비스트로 체험해 보니

권대일씨는 꼬레뱅이 서울 대치동에서 운영하는 와인 비스트로 ‘보나베띠’에서 이틀간 직업 체험을 했다. 잡투어는 전문 멘토와 연결돼 현장에서 직업을 체험하고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본지는 일만나 사이트(joins.incurit.com)에서 신청을 받아 체험자를 선발한다. ‘잡투어(www.job-tour.co.kr·031-777-2299)’ 사업을 하는 ㈜씨앤드에스마이크로웨이브가 무료로 실시했다.

커피와 식사, 와인을 함께 취급하는 곳이 와인 비스트로다. 권씨는 꼬레뱅 운영지원팀 이종락 소믈리에로부터 와인 관련 교육을 받았다. 보나베띠 매장에서 그는 와인 잔을 닦는 등 설거지부터 했다. 마른 천으로 와인 잔을 닦다 손잡이 부분을 부러뜨렸다.

이 소믈리에는 “잔의 볼 부분을 감싸 쥐고 천과 같은 방향으로 돌리며 닦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소믈리에는 “점포 운영을 하려면 이런 일부터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천 꼬레뱅 대표는 “직원 수준이 안 따라주면 고급 와인을 판매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음식과 와인의 매칭도 해줘야 한다. 소믈리에의 월급은 400만~500만원. 와인 비스트로는 직장인과 배후 주택가가 함께 있으면 금상첨화다. 와인 관련 업소는 대로변으로 갈 필요가 굳이 없다. 이면도로로 빠지면 임대료가 절반가량 줄어든다. 그 대신 점포 외양과 분위기가 좋아야 하고, 주차가 편리해야 한다.

와인 딸 때 뽕 소리가 나면 손님에게 실례

고객이 오기 전 테이블 세팅을 해둬야 한다. 접시를 중앙에 놓고 오른쪽에 포크, 왼쪽에 숟가락을 놓는다. 스파게티를 먹기에 편한 위치다. 물잔을 오른쪽에 놓고 물잔의 오른쪽에 와인 잔을 놓는다. 냅킨을 접어 접시에 올리면 기본 세팅이 끝난다. 손님들은 대부분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에 서빙 할 때는 물이나 와인을 손님의 오른쪽에서 따른다.

주문 받은 와인을 서빙할 때는 먼저 손님에게 주문한 와인이 맞는지 레이블을 보여주며 확인한다. 와인을 딸 때 뽕 소리가 나면 손님에게 실례다. 코르크가 거의 나올 때쯤 멈춘 뒤 흔들어 뺀다. 테이스팅은 남성에게 권한다. 호스트의 테이스팅이 끝나면 둥근 테이블일 경우 여성 고객부터 따른다. 서빙 할 때는 오른손으로 와인을 잡고 왼손에는 병에서 흐르는 와인을 닦을 냅킨을 준비한다.

점포 주인이 와인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직원에게만 맡겨놓으면 매출을 생각해 비싼 것만 팔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한 번 정도는 비싼 것을 팔 수 있지만 단골이 없어진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기 때문에 와인 저장 시설이 필요하다.

주방장은 동반자, 한번 뽑았으면 무조건 믿어라

주방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게 손씻기다. 신발은 미끄러지지 않도록 안전화를 신는다. 주방에는 음식이 나가는 ‘윈도’가 있다. 주방을 책임지는 주방장이 서서 나가는 음식의 상태를 점검한다. 주방장이 없으면 그날의 최고 선임 요리사가 선다. 뜨거운 음식을 조리하는 스토브와 샐러드 조리대, 피자 도 치는 곳, 토핑 조리대, 오븐, 냉장·냉동 시설 등이 필요하다. 김용호 총주방장은 “점포를 열 때 주방 시설이 다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요리사를 뽑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실력을 확인할 방법이 별로 없다”며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각 매장에서 승진해 주방장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비교적 신뢰할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리사를 뽑을 때 성품을 가장 먼저 본다고 했다. 칼질과 요리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면 배울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 성과를 낸다.

점주 입장에서는 주방장을 무조건 신뢰하는 것이 좋다. 음식의 키는 주방장이 쥐고 있다. 동반자라는 개념으로 상의해야 하는 상대다. 처음에는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1년 정도 지나면 태도를 바꾸는 점주가 상당수다. 테이블이 많아야 돈을 벌지 주방 인원이 많으면 비용만 많이 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산이다. 전체 매장 면적이 10이라면 최소한 3은 주방으로 써야 한다. 주방의 적당한 인원이 몇 명인지도 주방장에게 맡겨라. 매출이 오르지 않으면 주방장이 먼저 인원을 줄이자고 할 것이다.

매출이 다소 떨어진다고 인건비나 식자재비, 재료비를 줄이면 바로 음식에서 티가 난다. 망하는 지름길이다. 요즘 고객의 입맛은 고급화됐다. 좋은 식자재 사용이 기본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메뉴를 이것저것 조립하려 해선 안 된다. 외식 사업은 자리 잡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번 자리 잡으면 망하지 않는다. 오픈할 때는 완벽한 준비를 갖추고 해야 한다. 첫 인상에 음식이 별로라고 생각하면 다시 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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