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여신중단 불가피…갈수록 꼬이는 삼성車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삼성그룹이 지난 7일 시한이었던 삼성자동차 부채에 대한 확약서 제출을 거부함에 따라 채권단이 빠르면 10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제재에 나서기로 하는 등 삼성차 문제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보증보험이 삼성차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 계약을 이행치 않아 투자신탁사들이 타격을 받고 삼성차 협력업체들이 삼성차 어음을 할인받지 못해 도산 위기에 빠지는 등 삼성차 처리지연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한편 삼성측은 "채권단이 자신의 책임은 언급치 않고 무리한 주장만 되풀이,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빨리 구체적인 부채처리 절차에 들어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 삼성에 대한 금융제재 = 채권단이 이건희 (李健熙)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이 70만원이 안되면 삼성측이 책임지겠다는 확약서를 7일까지 내라고 했으나 삼성측이 이를 공식적으로 거부, 채권단으로선 어떤 식으로든 제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우선은 신규여신 중단이 가장 강력한 방법이고 이 경우 기존 여신에 가산금리까지 붙게 된다. 그래도 안되면 기존 여신의 회수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삼성이 최근 반도체 경기회복 등으로 자금을 충분히 비축해 놓았기 때문에 제재의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게다가 제재의 명분도 마땅치 않다.

삼성이 채권단과 국민에게 한 약속을 안지켰다는 것은 법적으론 구속력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측도 여론의 비난을 의식, 계속 버티기는 어렵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법정관리 개시 결정까지 2개월 정도가 남았기 때문에 양측이 서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샅바 싸움을 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 고 설명했다.

◇ 처리 지연에 따른 부작용 =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2일 삼성차 회사채 5백억원어치에 대해 원금 지급을 거부한데 이어 다음달 만기 도래하는 1천억원어치에 대해서도 원금과 이자의 대지급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만기 도래한 삼성자동차 회사채는 투신사들이 자체 펀드 또는 고객 자산으로 샀다가 대지급을 요구한 것이어서 회사채 시장에도 혼란을 주고 있다.

또 시중은행들은 삼성차 발행 어음에 대해서도 삼성의 지급보증이 없으면 협력업체에 어음 할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협력업체들은 연쇄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 삼성측 입장 = 삼성은 채권단의 확인서 요구에 대해 거부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삼성자동차에 돈을 꿔준 채권기관도 부실대출에 책임을 져야 한다" 고 주장했다.

삼성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이건희회장이 출연한 것은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이지 2조8천억원이 아니다" 는 뜻을 재차 강조하면서 우선 채권단이 부채비율대로 주식을 나눠 부채를 처리한 뒤 그때 가서 2조8천억원에 못미칠 경우 추가 협상을 하는 것이 삼성자동차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관계자는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는 2조8천억원이 충분히 되고, 만약 못미친다면 대기업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일 것" 이라며 "빨리 실질적인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런데 부채처리는 시작도 않은 채 처음부터 2조8천억원에 못미칠 것을 예상하고 보전약속을 하라는 것은 향후 삼성자동차 처리과정에서 삼성에 손해를 끼칠 수 있어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그러나 채권단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는 없지만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현재 내부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경민.김종윤.곽보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