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복구 통합관리 안돼 민관군 활동 '따로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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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5일 오전 11시 수해 복구작업이 한창인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중심가.

2백여m에 이르는 2차선도로 양편에 덤프트럭.굴착기.소방차 등 20여대가 도로를 꽉 메운 채 2시간여동안 꿈쩍도 않고 있다.

복구를 위해 군부대.소방서.민간 자원봉사자들이 개별적으로 몰고 온 차량들이 뒤엉켜 복구작업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시간 파주시 파평면 마산리에서 법원읍 금곡리로 이어지는 지방도로는 전봇대가 쓰러져 있는 등 수해 당시 그대로 방치돼 있으나 복구장비 및 인력은 구경조차 할 수 없다.

민.관.군 합동으로 복구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긴밀한 연락체계나 통합 관리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지원작업에 차질을 빚으며 '복구 사각지대' 까지 나타나고 있다.

파주시의 경우 복구지원을 위해 수해대책본부 산하에 총괄운영반. 대민지원반. 복구지원반. 구호지원반 등으로 세분했지만 영역이 불분명, 업무에 혼선을 빚고 있는데다 피해상황마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복구장비 등을 놀리고 있다.

지원을 위해 파주시청을 찾은 鄭모 (29) 중위는 "어제 문산에서는 굴착기를 쓰지도 못한 채 돌아갔다" 며 "적절한 배치를 시에 요청했더니 알아서 배치한 뒤 통보만 하라는 식" 이라며 혀를 찼다.

연천군.동두천시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연천군은 군부대가 지원하는 대민지원창구와 군청에서 운영하는 자원봉사 접수센터를 따로 운영, 군 장병이 몇명 지원나와서 어디로 나가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5일 현재 연천군에는 군인 8천여명이 지원나와 있으나 도로복구에 4천명이 투입되고 나머지 인력은 침수지역 복구에 투입됐지만 쓰레기 수거 정도만 하고 사라져 수재민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자원봉사자 운영기관도 난립돼 있어 각지에서 몰려오는 자원봉사자들의 배치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문산읍에서 자원봉사를 한 전모 (27) 씨는 "4일 파주시에 자원봉사자 50명이 문산으로 간다고 통보했으나 문산읍에서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몰라 1시간씩이나 기다린 뒤 쓰레기만 줍고 돌아갔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사암한방의료봉사단 회원 50여명도 문산초등학교를 찾아 의료봉사를 하려고 했지만 읍사무소측으로부터 "이미 의료봉사팀과 보건소 등 다섯군데가 자리를 잡아 곤란하다" 는 답변에 발길을 돌렸다.

봉사단의 총무 이진선 (李鎭先) 씨는 "의료지원을 애타게 기다리는 피해지역이 많다는데 이런 곳을 소개시켜 주지 않으니 답답할 뿐" 이라고 말했다.

최민우.김준술.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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