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김형진 세종증권 회장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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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구속된 김형진 세종증권 회장은 명동 사채업자 출신으로 지난해 7월 세종증권 전신인 동아증권을 인수, 상장사 경영인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그는 IMF 사태라는 경제위기를 적절히 활용해 단기간에 엄청난 돈을 벌어 사채업자들 사이에서 '채권의 귀신' '마이더스의 손'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며 부러움을 사왔다.

현재 알려진 그의 재산은 세종증권 주식과 상장기업 회사채 등을 포함해 모두 5천억원대에 이른다.

그는 중학교 졸업이 정규교육의 전부라는 점에서도 이채로운 인물이다.

해외유학파 등 고학력자들이 우글대는 증권업계에 진출한 지 1년도 못돼 인수한 부실기업을 업계 중견업체로 키워 놓았다는 점에서 경영능력도 출중하다는 평을 듣는다.

金회장은 전남 장흥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경, 법무사무소 사환.등기소 공무원 등을 거쳐 24세 때인 지난 81년 명동 사채시장에서 사채업자 심부름꾼인 중간 수집상으로 출발했다.

그후 18년 동안 국.공채, 양도성예금증서 (CD) 등 수많은 종류의 채권을 다루면서 장사 수완을 발휘해 외환위기 직전까지 1백억원의 돈을 모았다.

바로 그때 모은 돈을 종자돈으로 해 IMF 체제 이후 위기에 처한 기업 회사채를 대량으로 유통시켜 떼돈을 번 것이다.

金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은 동아증권 경영권을 인수할 때 유감없이 발휘됐다.

부도 위기에 몰린 동아증권을 인수한 뒤 그는 이름조차 생소한 '사이버 트레이딩 (인터넷 주식거래)' 이란 제도를 처음 도입해 증권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후 그는 사이버 수수료를 업계 최저수준으로 낮추는 등 과감한 영업전략으로 인수 당시 70억원 적자였던 동아증권을 지난 5월 말 현재 총자본 1천7백억원의 알짜배기 증권사로 키워 놓았다.

인수 당시 최하위였던 업계 순위도 11위로 올랐다.

그는 사업확장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정치권과의 유대관계 형성에도 부단히 노력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사채업자에 불과한 金회장이 증권사를 인수한 배경에도 정치권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들이 없지 않았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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