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프리즘] 수해 무대책 성토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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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96년에 이어 또다시 물난리를 겪다니…. 주위는 온통 진흙과 기름냄새, 쓰레기들로 가득합니다. 그런데도 지금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네요. 다행히 책상 위에 있는 컴퓨터는 물에 잠기지 않아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하지만 우리 집보다 저지대에 있는 주민은 이것마저 어렵겠죠. " (임화진.경기도 연천)

지난주는 집중호우와 태풍 피해로 독자들의 가슴을 안타깝게 한 주였다.

물론 독자투고도 48건이나 돼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상 (15건) , 김영삼 전 대통령 정계복귀 선언 (8건) 등 다른 사안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뻥 뚫린 하늘에 놀란 독자의 마음은 안이한 방재대책을 세운 정부, 임시국회가 개회됐지만 당리당략에 따라 정쟁만 일삼는 정치인에 대한 '분노' 로 표출됐다.

96년 마지막 군생활을 홍수피해 복구하는데 보냈다는 한 인터넷 독자 (yankee) 는 "3년에 걸쳐 수해가 반복되는데도 예방책조차 제대로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이번 재해는 천재 (天災)가 아닌 인재 (人災)" 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인터넷 독자 (SEKCCI) 도 "정치인들은 매년 수해로 비탄에 젖어 사는 국민의 심정을 아느냐" 고 반문하고 "정쟁만 일삼고 일은 하지 않는 정치인들은 이번 폭우와 함께 물갈이돼야 한다" 고 분개했다.

96년 외사촌이 군복무를 하다가 산사태로 목숨을 잃었다는 인터넷 독자 (ezrajy) 는 "특별한 군작전 기간이 아닌데도 이런 사건이 계속 재발돼 답답하다" 면서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매년 찾아오는 물난리 때마다 군장병의 사망소식을 계속 듣게 될 것" 이라고 꼬집었다.

사후대책과 관련, "지난해에도 수백억원의 수재의연금이 정부에 전달됐으나 이렇게 정부대책 미비로 계속 피해가 반복될 바에는 수재의연금을 걷지 말아야 한다" (goingon.인터넷 독자) 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우선 당장 시급한 문제는 수재민들을 도와 그들에게 재활의 의지와 힘을 전해주는 것" (박진순.전북 전주시) 이라는 입장이 주종을 이뤘다.

논란이 일고 있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상 문제는 찬반 입장이 엇갈렸으나 찬성 (3건) 보다 반대 (12건)가 훨씬 많아 경제위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의 심정이 여실히 반영됐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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