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세상’을 담아라, 돌아가는 IT기기가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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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정화면(LCD)을 펼 뿐만 아니라 시계방향으로 돌릴 수 있다. 그래서 LCD 화면을 펴 180도 돌린 다음 화면이 보이도록 접는 게 가능하다.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좁은 공간에서 키보드 대신 화면 상 터치기능을 활용해 작업할 수 있다. 모니터 크기는 18㎝(7인치) 수준으로, 근래 인기를 더하는 e북 용도로도 쓰인다.

‘돌고 도는 세상’이라 했던가. 정보기술(IT) 분야에도 ‘돌아가는 기기’가 인기다.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네티즌의 ‘디지털 노마드(nomad·유목민)’ 습성에 맞게 전방위로 움직이는 IT 기기들이 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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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기기 늘어=업계에선 흔히 ‘스위블(Swivel·회전이음새)’ 기능이라고 한다.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회전하는 이들 IT기기는 기존 제품보다 시야각이 넓어 쓰임새가 커진다. 화면이 돌아가는 태블릿 넷북과 PC 모니터를 비롯해 디지털카메라와 웹캠, MP3플레이어 등으로 스위블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빌립의 정진광 부장은 “돌아가는 부위도 세분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손으로 돌리는 아날로그 방식이 있고, 기기 자체를 돌리면 센서와 연결돼 화면이 덩달아 돌아가는 방식도 있다.

모바일 기기가 많아지면서 관련 주변기기에까지 스위블 기능이 침투하고 있다. 노트북 크기가 작아짐에 따라 그 수가 부족해진 USB 연결포트를 보완한 제품이 ‘스위블 USB 허브’다. 외국계 IT 주변기기 업체인 벨킨의 제품으로, 노트북 USB연결포트에 꽂은 채로 상하좌우 회전할 수 있다. 연결포트 수도 4개나 돼 다양한 IT기기를 한꺼번에 이을 수 있다.

DSLR(디지털일안렌즈반사식) 카메라에서도 LCD 화면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제품이 유행이다. ‘멀티 앵글 액정’을 채택한 니콘 ‘D5000’은 액정이 상하 180도로 움직이며 회전까지 가능해 무릎을 꿇거나 사다리에 올라가지 않아도 하이·로 앵글 장면을 좀 더 쉽사리 찍을 수 있다.

또한 LCD 액정을 뒤로 돌려 카메라 안으로 집어넣을 수 있어 액정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올림푸스 ‘E620’도 왼쪽으로 접었다 펴는 회전식 액정을 탑재해 상하좌우 모든 각도에서 피사체를 확인할 수 있다. 셀프 촬영을 손쉽게 할 수 있어 여성들에게도 인기.

◆저절로 ‘돌아간다’=수동을 넘어 제품 스스로 자동 회전하는 ‘똑똑한’ IT기기도 늘어난다. 사용자의 얼굴 위치에 따라 카메라 렌즈가 저절로 움직이는 로지텍코리아의 ‘퀵캠 스피어 AF’가 그런 제품이다. 얼굴인식 기능인 ‘지능형 이미지 추적프로그램’을 탑재해 사용자가 움직일 때마다 렌즈가 좌우 189도, 상하 102도로 따라 움직여 화면 중앙에 얼굴이 나타나도록 영상을 잡아낸다. 이뿐만 아니라 렌즈가 움직이며 잡아낸 영상은 ‘오토포커스’ 기능을 통해 별도 조작 없이 3초 만에 자동으로 초점을 맞춘다. 화상통화나 사용자제작콘텐트(UCC) 같은 동영상 촬영에 유용하다.

가만히 서 있는 카메라 렌즈를 대신해 스스로 돌아가는 촬영 보조기기도 있다. 소니코리아의 ‘파티샷’은 자동 삼각대 역할을 한다. 카메라에 연결돼 카메라 본체를 상하좌우로 움직이면서 프레임 안에 들어온 인물의 얼굴과 포즈를 인식해 자동 촬영한다. 홍지은 대리는 “많으면 8명까지 얼굴을 인식해 단체사진 찍을 때 좋다”고 설명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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