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돌파로 내각제 불씨 끄자' 국민회의 자성론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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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일의 국민회의 당무회의에선 DJP의 '내각제 연내 개헌 유보' 합의의 사후 처리 미숙에 대한 자성론이 제기됐다.

의결 정족수 미달.국민의 반대 등으로 내각제 연내 개헌이 불가능한 게 엄연한 현실인데도 그 이유를 설득력있게 홍보하지 못해 대국민 이미지와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홍보 미흡도 지적됐다.

"거창하게 내각제 개헌을 공약해놓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것 같이 비춰져선 안된다" 는 얘기다.

자성론이 나온 데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

우선 내년 총선에서 내각제 불씨가 되살아날 것을 경계, 사전에 이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총선에서 야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이 내각제 유보를 '약속 위반' 으로 몰아칠 경우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와 위기감이 당내에 팽배해 있다.

그만큼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당사자인 DJP와 공동여당이 기자회견 또는 8.15 담화 등을 통해 직접적이고 공개적으로 대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지지를 받는 이유다.

민심이반을 이유로 '딴 살림' 을 차리려는 자민련 일부 충청권 의원들에게 명분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더 이상 엉거주춤하고 있다간 두마리 토끼를 다 놓칠 우려가 큰 만큼 정면돌파로 불씨를 아예 없애자는 것이다.

다음은 이날 당무회의 대화록.

▶조순형 의원 = 공동여당의 일원에서 '내각제 연기 불가피론' 을 사기극이라고 매도하는 상황에서 잘못하면 16대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대국민 홍보다.

내각제 개헌 당사자인 DJP와 양당이 연내 개헌이 안되는 여러 정황과 사과의 뜻을 표명해야 한다.

특정공약을 갖고 선포식을 가졌으면 중대한 공약이 이행되지 못하는데 대해서도 공동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해찬 의원 = 자민련 이원범 의원의 발언 (3일 국회 본회의 질문) 과 한나라당 주장 중 귀담아 들을 대목도 있다.

내각제 개헌은 양당 총재 자격으로 공약했던 사항이니 공식적으로 양당에서 처리했어야 했다.

내각제 유보가 총리 기자회견 형식으로 발표됐는데, 형식과 절차에서 보완이 있어야 한다.

▶박상천 총무 = 총리가 3일 본회의에서 밝힌 '내각제 연내 불가' 답변을 국민회의.자민련 당보에 전문을 실어 구체적으로 밝히자.

▶채영석 의원 = 어제 본회의의 이원범 의원 발언은 야당도 하기 어려운 악랄한 인식공격이다.

지도부는 공조를 철저히 하라고 하지만 밑의 기류는 그렇지 않다.

정기국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동여당 8인위원회는 폼나게 사진이나 찍을 게 아니라 알맹이 있는 공조를 해야 한다.

자민련의 뉘우침이 없는데 과연 이게 공동정권인가.

▶김봉호 국회부의장 = 김영배 전 총재권한대행이 잘했는데 JP의 심기를 건드려 그만둔 것 아니냐. 여름철 내리는 한방울의 비가 소나기의 시작인지 어떤지 알아봐야 한다.

공동여당의 상임위원장까지 맡고 있는 사람이 독재정권으로 몰아붙이는 데 대해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

▶이만섭 총재대행 = 그동안 JP가 풀어주는 게 좋지 않나 해서 기다려왔다.

대통령도 광주에서 그렇게 말씀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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