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제개혁에서 고려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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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중산.서민층을 위한 세제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조세형평에 초점을 맞춰 환란 극복과정에서 확대된 빈부격차를 완화하고, 또 그렇게 더 거둔 세금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 훈련 등을 통해 일할 능력을 키워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개편방향이다.

이른바 '생산적 복지' 정립이 그 배경이다.

구체적 내용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오는 광복절 경축사에 담길 것이라고 한다.

경제위기가 아직 계속 중이나 이 시점에서 사회통합을 위해 중산.서민층을 위한 적절한 정책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에 우리는 동감한다.

실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부의 양극화현상은 우려를 넘어서고 있다.

전체 국세의 51%에 이르는 간접세 비중이 이를 입증하고 있고 조세를 징세편의주의적으로 방치해둔 결과 형평이 심각히 훼손돼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세제개편의 주대상으로 정부는 상속.증여세 강화와 과세특례.간이과세제도의 과감한 개선, 그리고 음성.탈루소득에 대한 과세강화를 꼽고 있다.

과세특례제도의 경우 일부에선 당장 폐지한다면 영세사업자의 부담을 높이고 조세저항을 부른다는 우려도 있으나 정부의 구상대로 점진적으로 세율을 높여간다면 갈등의 소지는 적을 것이다.

오히려 이 제도는 이제 대상자가 부가세 과세대상의 60%에 가까운 1백67만여명에 달해 부가세제를 왜곡하고 국민연금파동에서 보듯이 자영업자의 정확한 소득파악을 어렵게 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

또 상속세의 경우 교묘한 사전상속을 막기 위해 증여의제 등의 내용을 더 다듬고 조세시효도 10년에서 5년 정도 늘리는 것은 무리한 착상은 아니라고 본다.

공익법인에 대해 운영 투명성을 높이고 탈선 차단을 위해 사재출연에 필요하다면 과세한다는 방안도 잘 잡은 방향이다.

그러나 이런 세제개편 구상이 적자재정을 심화시키는 결과가 돼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는 세제개혁을 통한 추가세수를 생산적 복지창출에 사용한다지만 쓰임새란 한번 늘어나면 제동을 걸기 힘들다.

더구나 다가올 총선과 관련해 혹시라도 '선심' 과 관련이 된다면 경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회복세가 빠르자 내년 재정적자 예상폭을 국내총생산 (GDP) 의 5.2%에서 4.2%로 낮추었으나 달성은 미지수며 확정은 되지 않았으나 특소세품목에서 가전제품 등 생필품만 빼주어도 세입에 당장 7천억원 정도의 구멍이 더 나게 돼있다.

이와 함께 세제개편이 혹시나 기업의욕의 저상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점도 솔직히 우려의 대상이다.

중산.서민층 대책이 기업과 무슨 상관이냐 하겠지만 선거를 앞두고 한쪽을 코너에 모는 정책으로 나타난 일이 잦기 때문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세제개편이 경제마인드를 훼손하게 된다면 정말로 곤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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