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대피방송이 큰 피해 막아…33차례 사이렌 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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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신속한 경고방송과 때맞춘 사이렌이 피해를 줄였다.

경기북부를 강타한 이번 폭우는 단시간에 많은 비가 집중됐다는 점에서 지난 96년 7월의 이 지역 집중호우와 비슷한 형태를 보였다.

연천군 연천읍 일대의 경우 지난 96년 7월 26~28일 3일동안 6백87㎜의 비가 내렸다.

올해는 31일부터 1일 오후 3시까지 이틀동안 5백97㎜가 내렸다.

연천댐 일부가 붕괴되고 한탄강이 범람한 것까지 똑같다.

그러나 인명피해가 확연히 줄었다.

경기 북부 지역 민간인 희생자는 96년 12명이었으나 올해는 1일 현재까지 3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경고방송이 이뤄진 덕분이라는 평가다.

지난 96년 7월 27일 수해 때 연천군은 차탄천 범람 5분후인 오전 7시50분에야 대피 사이렌을 울렸었다.

사전 경고방송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수해에선 7월 31일 밤에서 1일 오전 9시까지 경기 북부지역 15곳에서 33차례에 걸쳐 하천범람.마을침수 등을 경고하는 사이렌과 경고방송이 나왔다.

경기 북부지역은 밤새 홍수위험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와 경고방송, 대피하는 주민들의 아우성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하천 범람위험 사이렌이 가장 먼저 울린 곳은 연천군청. 지난달 31일 오후 10시35분. 경기도 연천군은 차탄천이 다시 범람위험 수위에 도달하자 곧바로 사이렌을 울려 주민대피를 도왔다.

군은 이에 앞서 사이렌 발령 1시간전인 31일 오후 9시30분부터 20분동안 연천읍 일대에 대한 긴급대피 방송을 했었다.

주민 박규화 (朴圭和.28.자영업.연천군 연천읍 옥산2리 455) 씨는 "31일 오후 9시30분쯤 대피방송이 나오자마자 칠순의 노모를 모시고 인근 고지대로 긴급 대피한 뒤 곧바로 집이 물에 잠겨 간발의 차로 화를 면했다" 고 말했다.

연천군 관계자는 "대피방송과 사이렌에 신속하게 호응해준 주민들의 협조로 피해를 줄이는데 한몫했다" 고 말했다.

파주시는 설마천과 눌로천이 위험수위에 도달하자 31일 오후 10시46분 파주시 적성면을 시작으로 파평면.법원읍에서 잇따라 사이렌을 울렸고 1일 0시7분 법원읍 시내가 침수되기 시작하자 두차례에 걸쳐 사이렌과 경고방송을 했다.

동두천시는 시내를 가로지르는 신천의 수위가 위험수위에 도달한 1일 오전 1시40분부터는 동두천시청과 환경사업소.소요동.광암동.상패8동 등에서 새벽까지 무려 16차례에 걸쳐 사이렌과 경고방송을 했다.

또 파주시 문산읍은 1일 오전 1시51분부터 3차례에 걸쳐 동문천 범람위험을, 파주시청은 오전 7시33분부터 금촌천 범람위험을 경고방송했다.

올해 이같이 경고방송이 제대로 이뤄진데는 예전과 달리 호우주의보가 먼저 발령돼 주민과 관청이 사전에 위험에 대비할 짬을 다소 가질 수 있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연천 =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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