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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피플]10년째 미얀마난민 돌보는 신시아 마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태국 북서부 국경지대 미얀마 난민들 사이에선 민주화 투쟁 지도자 아웅산 수지보다 더 존경받는 이름이 있다.

역시 미얀마 난민인 흰 가운의 천사 신시아 마웅 (39) . '닥터 신시아' 로 통하는 그녀의 무료 진료소에서 보살피는 환자는 1년에 2만여명. 하루에도 10여명의 새로운 난민들이 그녀를 찾는다. 미얀마의 인근 산악마을 주민들도 몰래 국경을 넘어와 진료를 받고 간다.

또 자원봉사자들의 이동진료소가 직접 미얀마 내로 침투 (?) , 오지의 주민들에게 간단한 응급처치술을 가르치고 오기도 한다.

정글지대의 말라리아 환자에서부터 탯줄을 대나무조각으로 잘라 산모와 아이 모두 위험하게 된 경우 등 기본적인 약품이나 의술만으로도 그녀는 생명의 은인이 되곤 한다.

진료소에선 자원봉사자들을 상대로 기초의술을 가르치고 난민촌 아이들에게 하루 한끼의 무료식사와 교육프로그램 등도 제공하고 있다.

"지금도 미얀마에선 산간지역이나 소수민족 주민들은 기본적인 의료.문화 혜택에서조차 소외돼 있습니다. 이것 역시 군사정권의 탄압방법이죠. " 중소도시 모울메인 출신의 마웅이 의대에 입학한 것은 국가시험에서 5백등 안에 들었다는 단순한 이유.

그러나 수련의 생활을 마치고 카렌족이 모여사는 시골마을에서 그들의 비참한 실상을 보게 됐다. 그녀는 카렌족 독립운동단체의 의료활동을 돕기 시작했다.

정부에 쫓기는 신세가 된 그녀는 결국 지난 89년 정글을 뚫고 태국 땅에 발을 디뎠다. 의사 자격증과 유창한 영어실력을 가진 마웅은 얼마든지 외국에 정착해 새삶을 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같이 국경을 넘은 50여명의 난민들이 1주일만에 말라리아로 사망하는 등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동포들을 보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카렌족 독립운동단체 등의 지원을 받아 태국 변경마을 마에소트에 무료 진료소를 열었다.

뛰어서 20분이면 고국땅이지만 다시 국경을 넘지 못한지 어언 10년. 간혹 고향출신 환자들을 통해 가족의 소식을 듣긴 하지만 해가 될까봐 편지 한장 직접 전하지 못한다. 남편을 만난 것도 이곳 난민촌에서다.

지난해 미국 시애틀 타임스 등을 통해 소개된 뒤로 마웅의 진료소엔 국제인권단체 등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마웅은 지난 6월 조너선 만 세계건강.인권상의 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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