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감시선 띄운 서천군 환경운동연합 회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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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매주 토요일 오후 충남 서천군 금강 하구에 가면 '왱' 하는 엔진소리와 함께 금강 물을 헤치며 달리는 조그만 배 한 척을 볼 수 있다.

이 배를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낚시꾼들이 물고기를 잡거나 119 스쿠버 대원들이 훈련하는 것쯤으로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이 배는 20~30명의 젊은이들을 태우고 금강의 환경을 감시하는 서천군 환경운동연합 소속 선박이다.

지난 95년 창설된 뒤 금강 하류 철새 도래지를 중심으로 환경감시 활동을 펼쳐온 서천군 환경운동연합은 넓은 강의 하구를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 끝에 올 초 회원들끼리 돈을 모아 배를 구입하기로 뜻을 모았다.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금강 하구 환경감시를 위해서는 반드시 배를 타고 강줄기를 오르내려야 하는 이들에게 '환경 감시선' 은 군인의 무기만큼 중요했다.

공동의장 임갑택 (林甲澤.46).구권완 (丘權完.39) 씨 등을 중심으로 환경운동연합 회원 1백70명은 단돈 5천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십시일반 (十匙一飯) 으로 지난 5월까지 2천7백50만원이나 모았다.

이들은 모은 성금으로 지난달 초 길이 9.8m의 2t짜리 배를 구입해 진수식을 가진 뒤 '환경운동연합 1호' 로 이름지었다.

가정주부.농민 등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조그만 시골 환경운동연합이 전국 조직 가운데 처음으로 자체 환경 감시선을 띄우는 순간이었다.

서천 지역 스킨스쿠버 동호인 등을 주축으로 20~40여명의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은 토요일 오후 1시부터 5시30분까지 서천군 마서면 도삼리 금강 하구에서 논산시 강경읍까지 30㎞ 구간을 누빈다.

환경운동연합 최진하 (崔鎭夏.39) 사무국장은 "환경감시선 운영은 연간 40만마리 이상의 철새가 찾아오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최근 천연기념물 지정이 논의되고 있는 금강 하구지역 환경을 되살리려는 첫걸음" 이라고 말했다.

서천 =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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