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선거 위해 잠시 돌아온 손학규

중앙일보

입력

-10월 재선거 지원을 위해 오늘 정치 일선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손 전 대표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시각도 있다. 본인이 수원장안에 직접 출마하는 건 고사하고, 선거 지원은 하겠다는 건 뭔가 불일치하는 것 아닌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내가 출마를 안 하는 건 첫째 정치인으로서의 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의 눈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 당장 당의 입장에서 보면 선거를 이기고 봐야 하니까, 정치 신의나 이런 것보다는 이기는 것이 뭐냐는 것만 생각하게 된다. 국민의 눈으로 봤을 때 좋은 정치로 보이겠나. 국민의 불신 극복이 정치권의 핵심 과제다. 어느 나라나 정치 불신은 있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극심하다.

내가 수원 장안에 출마한다거나 민주당이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입장은 민주당의 기준으로선 타당하다. 하지만 반성하고 칩거한다더니 국회의원 선거가 생기니까 날름 나가야 하나. 이건 그동안 내가 국회의원 선거를 기다린 것밖에 없다는 게 된다.

어쨌거나 지난 총선 때 종로에 나갔다. 당 대표로서 십자가를 지고 나간 것이지만 어쨌거나 나갔다. (이미 지역구가 있다는 뜻)

수원이 당선가능성이 크지 않은 격전지라면 또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 이찬열이라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지난 선거에서 38%를 득표한 사람이 있는데 그 자리를 뺏고 들어간다? 더구나 흔히 정치권에서 쓰는 ‘내 새끼’라는 표현에 해당하는 사람인데. 정치에는 도리가 있어야 한다. 조심스런 이야기지만 한나라당 박종희 전 의원이 내 비서실장을 했던 사람인데. 그 사람이 있다가 불운하게 자리에서 밀려났는데 거기에 내가 들어간다? 국민은 정치가 좀 도의와 순리에 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할 거다.

청문회 때마다 탈세다 병역기피다, 위장전입이다, 논문 중복게재다. 이게 다 뭐냐. 정치인의 도덕성이 기본적으로 땅에 떨어지니까 그런 걸 국민이 더 챙기게 되는 거다.

이번에 장안에 나간다면 당이 이기는데 기여할지 모르지만 국민에게는 ‘저 사람도 다 똑같은 사람’이라고 보일 거다. 칩거하면서 반성한다더니 실망과 불신을 더 추가하는 역할을 해야 하나.

두번째는 이런 걸 계기로 당의 체질 강화에 주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능력있는 사람 키우면서 바닥에서부터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래야 지역위원장들도 희망을 갖는 것이고 당은 당대로 사람을 키우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시골에서 닭을 키우고 있지만. 닭이 어느 정도 크면 어미 닭이 횟대에 올라가 기다린다.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자연의 동물들도 훈련을 시켜서 키우는데. 그때 그때 아무리 재ㆍ보궐 선거가 중요하다고 해서…. 이번이 체질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직접 나가서 뭘 가지고 무슨 비전을 가지고,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인가라는 것에 대해 좀 더 내 준비가 필요하다. 지원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아니지. 나에 대한 기대가 있고, 이찬열을 뒷받침해서 장수로 만드는데 조력하고 당은 승리로 이끌 책임이 있다. 이런 사람 승리하면 민주당이 이기는 게 된다.”

-정계 복귀인가.

“복귀와는 상관없다. 정계 복귀라는 것은 틀린 말이다. 보궐선거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끝나고나면 춘천으로 돌아가나.

“그렇다. 지금 정치일 선으로 돌아온다면. 반성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반성은 무엇이고, 언제 끝나나.

“정말 심각한 반성을 한다. 어떻게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나. 우리 사회가 꿈을 잃는 사회가 되어간다. 사회 계층 간 골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가 젊고 어렸을 때만 해도 가난한 집에 태어났다고 해서 ‘나는 희망이 없다’고는 안 했다. 하다못해, 초등학교도 졸업 못하고 서울 와도 내가 열심히 하면 ‘내 기업을 일굴 수 있다’ ‘잘 살 수 있다’는 꿈과 정신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게 사라졌다.”

-정치분야에서 더욱 그런가.

“정치뿐만 아니다. 다른 분야에서 더 심각하다. 손오공 사장 최신규씨. 이분이 최종 학력이 얼마 되지 않는다. 재세산업이라고 유신 때 일했던 철공소였다. 최근 당시 공장장이 돌아가셔서 거기 갔었다. 이 양반은 손재주가 좋고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당시 한 열두어 명이 일을 했는데 이중 3명이 사장이 됐다. 둘은 회사에 남았다. 그 사람들 중 일부는 학력이 초졸이 안되지만 고생고생해 자기 기업을 만들었다. 직원도 10여명 된다. 그런데 요새 노동자들은 그런 꿈을 못 꾼다. 효자동에서 카센터 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 ‘공원으로 들어와 일을 배워 이만큼 됐는데 이제는 기술자들이 감히 그런 꿈을 못 꾼다’고 한다. 갈수록 (대기업) 직영체제가 된다. SSM도 마찬가지고. 지역에서 자영업하는 사람들이, 구멍가게가 살아남지 못한다.

나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고민은 아니지만 어떻게 이 사회의 구조적인 골을 극복하고, 더 많은 기회를 더 넓게 줄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 꿈을 잃은 사회를, 꿈을 주는 사회로 만들 수 있느냐.

내가 산속에 앉아 면벽 좌선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닌데. 최소한의 희망이라도 나눌 수 있는 근거라도 마련하고 나와야 하지 않겠나. 그런 것에 비하면 지금의 정치적인 구도나 이런 것은 오히려 더 훨씬 작은 문제다.”

-기약이 없는 건가.

“철학적인 고민만 하고 앉아서 될 일은 아니고 결국 부딪힐 때가 되면 부딪혀야죠. 내가 움직일 마당이다, 때가 됐다는 판단이 서면. 나를 중심으로 한다기보다는 내가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중도실용 내세우면서 MB 정부 국정지지율 높아졌다. MB정부의 중도실용을 사기나 위장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이 말에 살을 붙이자면.

“MB정부의 중도실용이 모두 진정성 있고, 다 유효하다는 뜻이 아니다. 사기꾼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고 “사기꾼이다”라고 외쳐봐야 소용없다는 것이다. 내가 진정성을 보여주고, 내가 무슨 능력을 보여줘야지. 상대방이 약점이 있다고 그 약점만 물고 늘어져서야 선거 이기지 못한다. 그런 이야기다.

MB가 뭘 한다고. 그게 정말 야 우리가 갈 길이다 그런 게 아니다. MB 나름대로 뭘 하고 있는데 우리가 보기에 거짓된 것이고 허점이 보인다 이겁니다. 그런데 국민은 거기에 혹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게 사기다 위장이다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우리가 뭘 할 것이냐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민주당에 그런 지적한다. 민주당 체질 개선 안 이뤄지는 이유가 뭔가.

“그건 좀 더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 말을 회피하자는 게 아니라. 좀 더 우리 야당과 흔히 이야기하는 진보 개혁진영의 좀 더 심각한 본질적인 문제와 관련돼 있다.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 그야말로 대증요법으로 고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역사적 흐름과 관계가 있다. 미국은 레이건에서 부시 아들까지 근 30년 동안 계속된 신자유주의적인 정권이 일단 제동이 걸렸다. 개혁적인 오바마 정권이 들어섰다. 중간에 클린턴 정부가 있었지만, 그 클린턴 행정부도 소위 신자유주의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부였다. 여기에 일단 미국이라고 하는 거대한 사회가 제동을 건 거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역시 오바마가 내건 것처럼 의료보험 개혁, 교육이라든지 일반 국민의 삶과 직접 관련되는 것이 정치 전면에 서야 한다. 일본 자민당이 반세기 집권하다 민주당으로 갔는데. 물론 민주당이 진보적 정권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이 이대로 계속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 거다. 도전이 시작된 거다.

우리는 진보정권 10년이 있었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는데 이건 우리가 간단히 볼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이 앞에 있고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있어야 하는데 그 반대로 이명박 정권이 나중에 왔다. 진보개혁 정권이 정권 운영하면서 어떤 허점을 보였기에 이명박 정권으로 넘어왔느냐.

이명박 정권이 처음엔 전형적인 보수정책을 쓰다가 중도실용을 표방하면서 몇 가지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희망근로, 미소금융, 보금자리 주택 등. 희망근로 같은 것은 물론 근본적 대책은 못되지만…. 이런 것으로 국민 호응과 지지를 높이고 있을 때 그럼 우리는 뭘 내놓을 것이냐. 거기에 대응해 중도 실용을 다시 탈환하려고 할 것인가. 그러면 거기는 내버려 두고 보다 왼쪽 진영으로 더 들어가야 하는가. 그런 고민을 심각하게 해야 한다. 누가 후보가 되느냐는 차원이 아니라 어떤 정권이 이명박 정부 뒤를 이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대로 연장될 것인가. 아니면 이명박 정권은 중간에 낀 것이고 큰 흐름 속에서 개혁적인, 중도 진보적 정권을 만들어 갈 것인가. 그런 심각한 고민과 관련된 문제다.”

-고민이 끝나면 그런 정치 지형을 만들기 위해서 나설 건가.

“고민은 끝없는 고민이 될 것이다. 어느 시점에 고민이 끝났으니 이제 진격한다. 이런 게 아니니까. 그런 길을 위해서 어떤 시점에서 어떤 마당에서 역할을 해야할 것인가는 끝없이 고민은 한다. 어쨌든 지향은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사회. 그 가치를 정립할 것인가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앉아서 공부하다 책을 하나 쓰고 ‘그러니 됐다’ 이런게 아니라 운동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당내에선 이번 선거 결과가 안 좋으면 조기 전당대회를 해야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럴 때 참여 하나.

“그런 건 지금 내 머릿속에 없다. 지금은 재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우리가 참 어려울 때인데. 그 이후의 구도를 지금 그리고, 전략을 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대만 하는 정치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야당이라는 것은 반대를 하는 것이고. 견제는 국회와 야당에 있어 본질적인 것이다. 거기에 우리가 무언가를 더 보여줘야 한다. 쉽지 않다. 야당이 제시하는 비전과 길은 어느 나라나 집권 여당이 가져가게 마련이다. 일본 자민당이 60년 집권한 것도 사회당이 제시하는 정책 중 많은 걸 차용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도 보수당 정부가 노동당 정책을 차용하는 것이고. 힘들다. 아무리 손학규가 민심 대장정을 한다고 해도 ‘쇼 아니야’ 그러다가 100일 하고 나니 ‘쇼는 아니네’ 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점퍼 있고 고추밭에 30분 앉아 있으면 친서민 정책이 된다. 그런 기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무지무지한 노력을 해야 한다.”

-어떤 이슈든지 국회로 오면 충돌하고 갈등한다. 원인이 뭐라고 보나.

“국회 권한이 구조적으로 약하다. 국회가 강해져야 된다고 본다. 국회 개판만 치는데 더 강해지면 더 개판 치려고 하는 거냐고 볼지 모르지만 지금 국회를 보자. 중요한 법안들을 보면 국회 자체 논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경우가 많나, 단순히 권부의 결정을 집행하는 게 많나. 후자 아닌가. 자유당 때부터 이래 그랬다.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노무현 정부 중간에 청와대 권위 약해져 이것도 저것도 안된 적 있다. 그때도 난조를 보인 것은 당시 집권 여당이 하려고 했던 4대 입법(국가보안법 등) 등이 충분한 의견 수렴 거치지 못하고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힘으로 하려다 보니 그런 것이다. 국정과제가 곧 당론이 되고 그 다음엔 흐트러진다.
지금 4대강 사업 같은 경우도 따지고 보면 한나라당 국회의원 중에 마음속으로 4대강을 이렇게 빨리 해치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양식 있는 국회의원이 자기 책상에서 하느님을 앞에 놓고 생각하면 그러지 않을 거라고 본다. 지금 체제에서 어떤 여당 국회의원이 4대강에 대해서 ‘아니요’ 소리를 하겠나. 국회 권한을 어떻게 강화해서 국회의원들이 실질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국회의원직에 대해 긍지와 자존심을 갖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똑똑하고 세계적 비전이 있는 의원인들 당에 들어가 제 목소리를 내겠는가.”

-당론 정치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여당 따라가게 돼 있다. 그 틀 안에서 하는 거다.”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 민주당 지지자들의 야권 통합 요구가 강하다. 정세균 대표도 여기에 매진하겠다고 하지만 별 진전은 없는 것 같다. 통합의 우선 순위나 원칙에 대한 생각은.

“야권 통합이라고 하는 것이 지난번 통합민주당과 구민주당과의 통합도 이뤄내긴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 때는 통합하려다 못했다. 이념적으로도 통합의 걸림돌 별로 없는 데도 어려웠다.

지금은 이념적으로 여러 가지 다른 지형 위에 있는 세력을 ‘반 MB’로 통합하자는 것인데. 우리가 좀 더 깊이 봐야 할 게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발전할수록 다양성이 표출된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그래서 분열한 것 아닌가. 창조한국당은 그런 맥락 위에서 지난 대선에서 독자적인 정치세력까지 되진 못했지만 10% 가까운 득표력을 보였다.

정치적으로는 통합하는 게 당연하고 통합노력도 마땅히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시대에 있는가. 우리는 어찌 보면 분열의 시대에 있다. 아무리 우수하고 탁월한 정치지도자가 있더라도 큰 흐름과 틀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큰 흐름 속에 그 흐름을 제대로 읽고 운영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타나야 영웅이 되고 제대로 된 지도자가 된다. 그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그것을 올라타면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역량 없이는 그런 지도자 역할을 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때 얼마나 많은 흠집이 있었고 이야기 많았나. 요새 청문회 이야기하면서 위장전입정권이다 이런 이야기 하지만 그런 걸 국민은 다 눈감아 줬다. 그때 우리에게 몰려온 큰 흐름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와는 다른 흐름이었다. 통합에 대한 노력은 진지하게 하되 현실을 냉철하게 봐야 한다.”

-현재 당 지도부의 당 운영 방식에 불만은 없나.

“지금 지도부에 대해 특별히 불만 가진 것 없다. 내가 지금 관심 가지고 있는 것은 당 운영 이런 것에 대한 게 아니다. 그런 문제는 내 머릿속에 별로 없다. 민주당이 어차피 야당의 중심이니까. 정치에서 야당이, 더 크게는 우리 정치가 어떻게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느냐가 문제다. 야당이 어떻게 국민에게 희망의 지표를 보여주는가가 관심이다. 야당운영과 관련해선 정세균 대표가 얼마나 고생을 많이하나. 그 과정에서 고육지책 같은 것도 얼마나 많았겠나.

재보선 결과를 두고 조기 전당대회니 그런 것은 산에서 보니까 별게 아니다. 높은 데 가서 보면 차도 움직이고 사람도 왔다갔다하고 건물도 있고 그런 데서 아옹다옹하고 있겠구나 생각이 드는 것처럼. 일선 정치에 지금 복귀해 있다면 나도 그런 싸움 속에 들어갈지 모르지만 지금 산에 있으면서 그런데 관심을 가지면서 거기에 바둑알을 놓고 주판질을 놓는 건 할 일이 못된다.”

-정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우선 기본은 등따습고 배부르게 하는 것, 그게 기본이다. 옛날 개념으로 백성들 등따습고 배부르게 해주는 것이다. 그게 정치의 기반이라고 할 수도 있고, 그걸 뚫는 어떤 다른 논리도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과정으로서의 정치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걸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정의다. 바른 것이다. 정도로 가야 한다. 그 두 가지의 결합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정의라고 하는 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에 국민은 불신하고 있다.

당 지도부 비롯해서 많은 국회의원들 마음 불편하게 생각했겠지만 나는 이번 결정이 민주당과 야당이 국민에게서 신뢰를 회복하는데 조약돌 놓는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지역에 추석 인사 다니면서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다. ‘어려운 결정 했다’ ‘다 된 건데 왜 안 하세요’. 지금 당장은 손학규 개인에 대한 격려이겠지만 그런 게 쌓이다 보면 민주당 신뢰를 쌓는데 도움이 된다.

제대로 신뢰받으려면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어쨌거나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 친서민 정책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겠네 하니까 지지도가 올라가는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우리는 뭘 줄 것인가.”

-정운찬 총리와 친한가.
“음…. 친하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애를 많이 먹었는데

“국민이 요구하는 것이, 국민의 기대가 간단치 않다는 것을 정 총리 비롯한 모든 사람이 다 같이 느꼈을 것이다. 정치인의 책임은 점점 더 커진다고 하는 것을. 정 총리 자신도 우리 생활 속의 관행으로 여겼을 테지만 국회의원들의 입을 통해 나온 국민의 목소리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라고 느꼈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과정을 통해 선진국 사회에서는 좀 더 엄격한 잣대가 요구되는데 우리는 국민의 감각을 강제로 무뎌 놓게 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아닌가 싶어 가슴이 아프다.

간혹 잘못을 감싸주는 게 정치적 미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단기적인 정치적 목표을 위해 강제로 덮여진 것은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종시 논란에 대해 정리된 입장이 있나.

“세종시에 대한 입장은 원래 분명했다. 경기도지사로 있을 때 수도이전은 반대했지만 행정도시 이전은 찬성했다. 이미 그때 충청지역에 약속을 하고 많이 진행이 된 상태였다. 과정상의 잘잘못 떠나서 국민과 약속을 한 국가의 권위는 지켜져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지켜져야 한다. 균형발전의 논리. 시행가능한 것이라면 균형발전 정책의 이점과 장점은 살려야 한다. 효율성의 문제가 제기되지만 요즘 서울에서 공주까지가 기껏해야 2시간 안짝이다. 도로 사정 같은 것을 다 개선하고 나면 1일 생활권이다. 경제부처가 처음 과천에 갔을 때도 말이 많았다. 간혹 시간에 쫓겨서 장관차가 갓길로 가서 신호위반을 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범위내에 있다. 서울과 충청은 다 공동생활권이라고 봐야한다. 미국을 생각해보자. 자동차로 2시간 거리면 잠깐 출퇴근하는 거리다. 그걸 가지고 비효율성 어쩌다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 정도의 효율성 문제라는 것은 지금과 같이 과학기술ㆍ통신ㆍ교통이 발달한 상황에선 문제가 아니다.

자족기능을 갖춰야 한다지만 행정도시 이전한다고 했으면 이전한 다음에 거기다 자족기능을 붙여 하는 것이지 행정기능을 빼고 대학과 기업 유치해서 자족기능 만든다는 것을 잘못됐다. 행정도시가 공동화되지 않도록, 유령화되지 않도록 교육ㆍ문화 기반을 지원해 플러스 게임이 되도록 해야 한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개헌을 공론화한 상태인데.

“국회의장 자격으로 공론화할 문제가 아니다. 의장이 개헌을 공론화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국회의장은 사회 잘 보면된다. 편향되지 않게.

개헌이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우리가 정말 심각하게 생각할 것은 마치 제도가 잘못돼 우리 정치가 잘못된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 된다. 헌법이 20년 전에 만들어졌으니 이제 고쳐야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미국 헌법은 200년 전에 만들어졌다. 그러면 10번은 더 고쳤어야 하나.

국회 권능과 관련해 국회의 권한과 권능을 제대로 세우면서도 정부의 효율성을 제도로 세우는, 효율성과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함께 세워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자신의 임기 동안 뭘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개헌에 대한 입장은 언젠가는 밝히겠지만. 첫째 원칙은 헌법 개정의 진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두번째는 그 방향은 정부의 효율성과 국회의 견제의 조화를 생각해야 한다.”

-행정체제 개편 논의도 같은 맥락에서 보나.

“그렇다. ‘행정단위 몇 개 통합하면 예산 50억 줄게’하는 것은 유치한 발상이다. 경기도지사 할 때 그런 조건 없이 열악한 열개 시ㆍ군에 무조건 100억원을 2년에 걸쳐 준 적이 있다. 무슨 사업을 해도 좋다. 타당성만 있으면 무슨 사업을 해도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자치라는 것은 자치권의 존중에서부터 생각해야지 어떻게 하면 정치적으로 효과적으로 통제할 것인가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선 안 된다.”

-이번 불출마와 선거지원이라는 선택을 도박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도박은 무슨…. 고스톱도 못 치는 사람인데…”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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