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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한국, G20 글로벌 거버넌스 중심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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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지난 1년간 세계 경제의 집단적 구원자 역할을 한 G20의 유용성을 높이 평가하고 G20을 상설 경제포럼으로 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G20은 지난 30년 동안 세계 경제 조정 포럼이었던 선진 8개국(G8)을 대체하게 된다. G20은 경제정책 조정을 주된 협의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 이슈와 관련된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등 다른 글로벌 이슈도 협의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G20은 글로벌 어젠다를 설정하는 최고의 경제 조정 협의체가 된 것이므로 이는 새로운 국제질서와 거버넌스의 등장을 의미한다.

이러한 국제질서 변화는 현재 세계 경제력의 재분포를 반영한 것이다. 이제 아시아와 중남미의 신흥경제국들 협조 없이 서방 선진국들만으로는 세계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불가능해진 것이다. G20은 선진국·중진국·개도국 모두를 포함하므로 G8이 결여했던 대표성과 정당성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공통 인식에 기초해 글로벌 이슈들에 대해 좀 더 형평성 있는 해결책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의 시작을 알리는 2010년 G20 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게 됐다는 것은 역사적인 일이다. 이는 한국이 차기 G20 의장국이기도 하지만 1998년도 금융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고, 1·2차 G20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 조치 동결 촉구, 경기 촉진 정책 도입 등 세계 공통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고도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세계가 이를 인정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국제무대에서 세계 14위 경제국 지위에 부합하는 역할과 공헌을 하려는 ‘글로벌 코리아’ 전략을 추구해 왔다. 2010년 G20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는 우리의 경제위기 극복 노력과 글로벌 외교가 맺은 값진 결실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2010년 G20 정상회의는 세계와 한국에 기회이자 도전이기도 하다. G8을 대체하는 G20 정상회의는 정당성은 확보했지만 참여국들의 다양성으로 인해 효율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G20이 위기 상황을 넘어 명실상부한 최고의 포럼으로 안정되느냐 여부는 한국이 2010년 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아우르는 실효성 있는 국제 협력을 유도하느냐에 달려 있다. 내년 정상회의는 금융 규제, 출구전략, 국제금융기구 개혁을 통한 국제금융체제 안정 외에도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타결, 기후변화 대처 등에 관한 합의 도출로 세계 경제의 지속 가능한 균형 성장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우리로서는 개도국 빈곤 퇴치 방안 마련과 개도국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이슈들이지만 G20 정상회의의 상설화를 유도한 한국의 면밀한 준비가 창조적인 발상과 결합된다면 보다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순천 외교안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