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아세안 10 + 한·중·일 3개국’ 경제공동체 구상 차근차근 실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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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중국 건국 60주년을 맞은 요즘 중국 안팎으로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 논의가 뜨겁다.

지난달 25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는 ‘중국 건국 60주년 평가와 초국적 동북아에 대한 역사적 성찰’을 주제로 현대중국학회, 한국세계지역학회, 고려대아세아문제연구소, 중앙일보중국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행사에서는 중국 60년의 성과와 과제를 점검하는 한편 동북아에서 한·중·일 개별 국가를 넘어서는 공동체 질서에 대한 역사적 성찰이 이뤄졌다.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 움직임 2005년 제1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East Asia Summit)가 한·중·일 3개국,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인도, 호주, 뉴질랜드 정상 등이 참여한 가운데 말레이시아에서 열렸다. EAS는 지금까지 네 차례 정상회의를 열고 유럽공동체(EU)에 필적하는 지역 공동체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인도네시아 방문 중에 ‘신아시아 외교’ 구상을 발표, 아시아 역내 국가들과의 관계 발전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6월 제주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신아시아 외교’ 구상을 재차 확인한 바 있다.

최근 출범한 일본 하토야마 내각은 “중국·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신뢰관계를 확립해 동아시아 공동체(가칭) 구축을 지향한다”고 선언했다.

중국 역시 실용주의적 관점에 입각해 아세안 10+한·중·일 3개국을 엮는 경제공동체 구상을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고 있다. 이달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일 3개국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론적 연구도 탄탄히 진행 중이다. 왕이(王毅) 국무원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은 지난 2006년 『외교평론』에 ‘21세기 신아시아주의’라는 논문을 발표해 중국의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의 일단을 내비쳤다. 그는 우선 “과거의 아시아주의는 계속되는 서구 열강의 아시아 침략 속에서 아시아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일본에 의해 그들의 아시아 독점·침략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냉전시기가 도래한 뒤 반둥회의를 계기로 아시아주의가 다시 부각됐으나 시대적 제약으로 인해 사그라질 수밖에 없었다. 1980년대 이래 유럽공동체(EU)의 탄생을 계기로 아시아주의가 다시 부각된 바 있다. 특히 “21세기 신아시아주의는 경제·안전·문화·지역화 측면에서 이론적 토대를 찾아나가야 하며, 합작·개방·조화로운 아시아주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미 20세기 초 쑨원(孫文)에 의해 제국주의 열강에 대항하기 위한 약소민족 사이의 연합 이론으로 ‘대아시아주의(大亞洲主義)’를 제창한 바 있다.

오늘날 중국의 외교 패러다임은 ‘조화세계[和諧世界]론’에 입각한다. “중국은 전통적인 중화질서 대신 조화세계론을 내세워 동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의 주도적 지위를 극복하고 지역 강대국으로서의 주도적인 지위를 공고화하고자 할 것이다.” 25일 학술대회에서 ‘중국의 동아시아 질서구상’을 주제로 발표한 이정남 고려대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은 선린·다자·경제·소프트파워외교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화공동체 대신 문화다양성 추구를 이욱연 서강대 교수는 동아시아 공동체 논의를 문화적인 측면에서 검토했다. 이 교수는 중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화 동아시아[文化東亞]’ 개념에 입각한 동아시아 문화공동체 구상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유교 부활 운동에 편승해 중화문화를 동아시아 공동의 정체성으로 삼자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와 동시에 한국의 ‘문화 동아시아’론 역시 민족주의적 욕망이 농후하다며 비판했다. 한류(韓流) 스타들의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한국과 중국, 동아시아 지역의 문화적 소통에 주목하면서 동아시아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내자는 논리 역시 서구 대중문화 논리의 추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과거 제국과 식민, 냉전 등으로 찢겨진 경험을 볼 때 동아시아의 동일성을 창출하려는 집착은 성공하기 어렵다. 하나의 가치, 제도, 문화가 지배하는 동일성의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대신 다양하고 복합적인 탈중심의 공동체를 지향하자고 제안했다. 탈냉전, 탈제국, 탈식민의 길은 바로 문화 다양성을 존중할 때 나온다는 설명이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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