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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뷰] 제2경제위기 막는 길은 '사장 자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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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월스트리트 저널 7월20일자 칼럼

지난 2년동안 세계는 3건의 금융위기를 경험했다. 97년 7월 발생한 동아시아 환란과 98년 8월의 러시아 위기, 그리고 99년 1월의 브라질 위기다.

한국과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를 강타했던 외환위기로 이들 국가의 자산가치는 무려 75%가 떨어졌고, 러시아와 브라질 역시 각각 70%와 50%의 자산 디플레를 겪어야 했다.

세계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이같은 지역별 금융위기의 원인과 대처방안에 대한 진단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번째는 시장의 원칙에 어긋나게 경제가 운영됐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으므로 그 해결도 시장의 자율조정 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월터 리스턴.조지 슐츠 등이 그 대표주자들이다.

두번째는 고삐 풀린 국제 금융시장이 문제를 만들어 냈으므로 앞으로 또 다른 금융위기를 피하기 위해선 새로운 국제금융체계를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헤지펀드의 대명사인 조지 소로스와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총리 등이 이에 속한다.

과거 아시아 금융계는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정부나 국제기구가 구조를 위해 개입해줄 것이라고 믿어왔다. 바로 그런 믿음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나타났고 단기채무와 채권의 위험도나 이자율의 높고 낮음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아시아의 족벌자본주의 (crony capitalism) 로 시장위험에 대한 공정한 평가나 실질적인 손익계산에 근거해 자원이 배분되지 않았다. 대신 얼마나 영향력이 있느냐는 정도에 따라 특정 산업분야, 또는 회사와 개인에게 자원이 배분됐다.

러시아는 어떤가. 정부소유의 자산은 몇몇 실권자들의 편의에 따라 분배됐다. 자연히 내부거래나 공공연한 부정이 판을 쳤다. 공개경쟁 입찰은 발 붙일 틈이 없었다. IMF 구제금융으로 다소 진정되긴 했지만 러시아내 외국자본은 계속 빠져나갔고 그 결과 루블화 가치는 60%가 절하됐다.

브라질은 자국의 화폐 레알을 지나치게 고평가해 묶어놓은 뒤 재정적자를 줄이려 들지 않았다. 결국 해외에서 들어온 돈이 빠져나가면서 레알화는 폭락하고 말았다.

국제통화기금 (IMF) 은 최근 비상여신제도 (Contingent Credit Line) 를 도입했다. 9백억달러의 재원을 바탕으로 금융위기 징후가 있는 국가에 예방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문제는 CCL이 스스로 회생 가능한 경제까지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예컨대 자본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본까지 CCL에 의존하게 만들어 자생력을 저하시키고 그 결과 위기를 가중시킬지 모른다. 차라리 시장기능에 맡겨 채권기관들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소로스의 제안을 보완해 국제신용보험공사를 설립하고 이 공사가 신흥경제에 대한 채무를 보증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보증대상에 따라 보증료를 차등해 받는다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경제위기 후 시장지향적 개혁을 단행한 한국이나 브라질.태국의 경제는 살아나고 있다. 외국투자자도 돌아오고 증시도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시장지향적 정책을 택하지 않은 러시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는 아직도 통화 약세가 지속되고 경제형편도 그다지 좋지 않다. 결국 제2의 경제위기를 피하는 방법은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시장에 많은 자유를 보장해주는 게 최선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정리 =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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