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검찰,'특검제' 선수 치기…파장 예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검찰이 20일 진형구 (秦炯九) 전 대검 공안부장의 파업 유도발언과 관련해 자체 특별검사격인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함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여야 정치권에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일종의 '선수' 를 치고 나온 것이다.

검찰은 박순용 (朴舜用) 검찰총장 주재로 이날 긴급 고검장회의를 열어 모양새를 갖춘 뒤 이같은 내용을 전격 발표했다.

그러나 검토는 이미 지난달 25일 열렸던 전국검사장회의 직후부터 시작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검찰은 안 (案) 을 마련해 놓고 정치권의 동향을 주시하며 발표 시기를 조절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임창열 (林昌烈) 경기도지사 부부에 대한 검찰의 초강경 대응도 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법하다.

검찰이 이날 내세운 논리는 '국민적 의혹의 조속한 해결' 이다.

"秦전 공안부장 발언이 터져나온 뒤 40여일이 지났지만 정치적 논란만 계속되고 단시일내 진상조사가 이뤄지길 기대하기도 힘들다" 는 것이다.

검찰은 특별검사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갖췄다고 주장한다.

특별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서울지검 이훈규 (李勳圭) 특수1부장에 대해 서울지검장이나 검찰총장에게 일체의 보고를 하지 않고 지휘도 받지않도록 했기 때문이다.

수사 대상과 범위, 수사착수 시기 등도 특별수사본부장에게 일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검찰의 이런 조치는 정치권의 특검제 도입을 막기 위한 '물타기' 란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수사를 마친 뒤 다시 조직으로 복귀할 특별검사가 상부에 보고를 안한다고 해서 '외풍' 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가정도 무리란 지적이다.

검찰은 "만일 국회가 특검제를 도입하거나 국정조사를 실시할 경우 최대한 협조하겠다" 고 밝혔다.

자체적인 특별검사 활동을 중지하든가 아니면 그동안의 조사내용을 넘겨주는 등 상황에 따라 대처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조치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번 수사가 검찰의 사활이 걸린 사안이란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원칙에 충실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검찰내 자체 특별검사란 초유의 제도까지 만든 상황이어서 강도높은 수사와 함께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김종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