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창원의 말말말] '… 빽없는 나만 소년원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경찰서에 잡혀온 어린애들에게는 제발 잘 대해 주세요. 그 순간에 인생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습니다. "

탈옥수 신창원이 검거된 이래 한 말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경찰에서 "나는 중학교 때 친구들과 수박서리.닭서리를 하다가 처음 경찰에 잡혔는데, 돈 없고 '빽' 없는 나만 소년원에 가게 됐다" 며 "그때부터 세상에 대한 적개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 말했다.

申은 "당시 그 길로 빠지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 이라면서 "나 같은 사람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초범을 선도 위주로 처리했으면 한다" 고 당부했다.

자신의 일기장에 대해선 "어차피 무기징역인데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썼다" 고 했다.

그는 "20년형을 받고 사는 사람이 개.돼지처럼 지내며 성실히 일해 봐야 2년 감형받으면 다행" 이라며 "못된 짓하는 고위층은 몇십년 형을 받고도 옥살이하는 것을 못봤다" 고 성토하기도 했다.

전국의 다방 등을 전전하며 훔친 돈을 뿌리고 다녔던 申은 "다방에서 일하며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내게 따뜻하게 대해 줬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주고 싶었을 뿐"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도피 중 언론보도를 계속 지켜봐 왔는데 특히 나를 미화한 책을 낸 저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고 했다.

申은 "그 책에는 내가 김제에서 농촌 일을 도와주고 새참을 얻어 먹은 것을 의적 행세한 것처럼 썼다" 며 "의적 행세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망자의 괴로운 심정에 좋은 일이라도 하면 위안이 될 것으로 믿어 그렇게 했다" 고 토로했다.

항상 여자와 함께 생활했던 데 대해서는 "도피에 따른 불안.고통을 비슷한 처지에 있거나 이해할 수 있는 여자와 함께 지내면서 위안받기 위해서였다" 고 설명했다.

申은 검거 순간에도 "나와 지낸 여자는 죄가 없다. 여자는 보호해주라" 고 촉구했다.

申은 16일 검거 직후엔 "교도소 내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고 탈옥했다" 고 말했으나 18일 부산교도소에서는 "많은 교도소 직원들에게 피해를 줘 미안하다.

앞으로 수형생활을 잘하겠다" 고 밝혔다.

그는 부산교도소로 수감되면서 기자들에게 " (앞으로 쓸) 내 책을 보라" 고 해 앞으로 '많은 말' 을 할 것임을 예고했다.

정용백.천창환.김승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