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냐 리우냐 … 2016 올림픽 유치전쟁, 정상들이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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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3일(한국시간)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6년 여름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대회 유치를 위해 경합 중인 미국·일본·스페인·브라질 4개국 정상이 총출동한다.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과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일찌감치 총회 참석을 선언한 데 이어 2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코펜하겐행을 전격 결정했다.

미국 대통령이 IOC 총회가 열리는 곳을 직접 찾아가 로비를 펼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미국 의회에서 건강보험 개혁을 둘러싸고 여야가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대통령이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올림픽 후보 도시인 시카고는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데다 이번 경제위기의 피해를 크게 본 도시 중 하나여서 외면하기 어려웠다고 외신은 전했다. 오바마 부부는 106명의 IOC 위원들을 상대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주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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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리우 박빙 경합=유치 후보 도시는 모두 4곳. 시카고를 비롯해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 도쿄(일본), 마드리드(스페인) 등이다. 현재 판세는 누구도 절대 우세를 주장할 수 없는 초박빙이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도 27일 인터뷰에서 “2~3표 차이로 개최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주요 외신과 국제 스포츠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까지는 리우가 근소한 우세를 지켜왔다. “남미도 100년 만에 올림픽 한 번 열어보자”는 호소가 먹혀 들었고, 강력한 라이벌 시카고가 속한 미국올림픽위원회(USOC)가 독자적인 올림픽 방송국 설립을 추진하면서 IOC와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리우의 불안한 치안이 부각되고, 2014년 월드컵을 유치하는 브라질에 2년 뒤 올림픽까지 줄 수 있느냐는 여론이 부담이다. 여기에 USOC가 올림픽 방송국 설립을 유보하겠다고 한발 물러서는 바람에 시카고가 약간 앞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도쿄는 정부의 풍부한 재정 지원과 잘 갖춰진 인프라, 안전성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지지율이 낮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8년 만에 아시아 국가에서 또다시 대회를 유치한다는 시선이 곱지 않다. 마드리드는 ‘올림픽 유치전 재수(再修)’를 하면서 기반 시설을 잘 갖춰 놓기 했지만 IOC 위원들이 2012년 런던 대회에 이어 연속으로 유럽의 손을 들어줄지가 걱정이다.

◆‘2018년 평창’에 미칠 영향은=2016년 여름 올림픽 개최지는 IOC 위원 106명의 무기명 전자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은 도시가 개최지로 결정되고, 1차에서 과반수가 나오지 않으면 과반수가 나올 때까지 최하위 후보를 떨어뜨리고 계속 투표를 한다.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 도전에 나선 한국으로서는 어느 도시가 올림픽을 유치할지, 그게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체육회 김용 홍보실장은 “도쿄가 되면 2018년 겨울올림픽을 같은 아시아에 주지 않으려는 견제 심리가 작용해 우리에게 불리할 수 있다. 나머지 도시는 어디가 되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10월 13일에는 코펜하겐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F) 회장을 뽑는 총회도 열린다. 3선에 도전하는 조정원(63) 현 총재가 ‘비한국인’ 세력을 결집한 낫 인드라파나(태국) IOC 위원과 표 대결을 벌인다. 조 총재 측은 무난히 3선에 성공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정영재 기자,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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