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SBS '고스트'서 악령 역할 김상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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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흔히들 말하는 악역처럼 그저 인상만 쓰고 무섭게 보이고 싶지는 않아요. " SBS 드라마 스페셜 '고스트' (월.화 밤 9시55분)에서 악령 지승돈으로 출연하는 탤런트 김상중의 이야기다.

지난 12, 13일 방영된 1, 2회분에서 그는 오렌지족의 차에 치여 불구의 몸이 된 여동생 때문에 사회 부유층에 적개심을 품고 살인 행각을 벌이다 감옥에 들어간 뒤 악귀에 홀려 악령으로 변신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강렬한 눈빛과 카리스마로 그는 드라마의 전반을 압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승돈역은 김상중이 연기생활을 시작한 92년 이후 처음 맡는 악역이다.

그동안 그가 맡았던 역은 주로 선량한 심성의 보통사람이나 심각한 분위기의 고뇌하는 지식인역. 오죽하면 지난해엔 방송계 최다 흡연자로 뽑히기까지 했을까. 급격한 이미지 변신을 본인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하다.

"사실 좀 부담은 됐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었기에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김상중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악역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죠. " 고민의 결과는 시청자들이 연민이나 동정심을 품을 만한 악역. 기구한 사연을 안고 있는 극중 캐릭터를 고려한 것이었다.

물론 극중 승돈이 저지르는 행동이야 사회 속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것임에 틀림없지만, 선과 악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 서는 다중적인 성격의 악역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그는 '고스트' 에서 당분간 얼굴을 비추지 않게 된다. 대협 (장동건 분) 의 총에 맞아 병원에 안치되기 때문. 대신 그의 영혼은 한 의대생의 육체로 들어가 악행을 저지른다.

본격적인 선과 악의 대결이 펼쳐지는 후반부를 기대해 달라는 것이 그의 주문이다.

" '더 록' 이라는 영화에서 미사일을 탈취한 장군역을 한 에드 해리스처럼 색깔이 분명하면서도 주연들을 돋보이게 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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