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안락사' 숙제남긴 식물인간의 죽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지난 9일 오전 1시. 경남 마산시 대성동 파티마병원 중환자실. 식물인간 상태였던 생후 4개월 된 한 영아가 의료진과 부모의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끝내 숨졌다.

가난한 회사원 A씨의 첫 아들인 이 아이는 지난달 10일 우유를 먹은 후 호흡곤란 증세로 입원했었다.

외부 자극에 반응이 없고 인공호흡기에 의해 생명을 유지하는 식물인간 상태의 하늘거리던 생명은 입원 한달만에 꺼지고 말았다.

4개월 남짓 살다간 이 어린 생명은 전국 의사들 사이에 뇌사판정 책임문제를 불러일으킨 주인공이었다.

주치의였던 마상혁 (馬相赫.35) 소아과장이 이달초 하이텔의 대한의사협회 정보통신망 (KMAIN)에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퇴원에 대한 책임' 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기 때문.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를 처리할 기준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가족들이 져야할 부담은 누가 보상하지요. 그 책임의 끝에는 의사도 물려있으니…' 라는 내용의 馬과장 글에 대해 전국의 의사들이 공감하는 글을 수십통 띄우는 등 관심거리로 등장했었다.

馬과장은 젖먹이를 남에게 맡기고 맞벌이로 가계를 꾸릴 정도로 어렵게 생활해온 A씨 부부로부터 "살아날 가능성이 없으면 퇴원시켜달라" 는 요구를 받고 고민해 왔었다.

馬과장은 "2년전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를 퇴원시킨 의사가 형사입건된 서울 보라매병원 사건이후 함부로 퇴원시킬 수 없어 고민하다 글을 띄웠다" 고 말했다.

그는 보건복지부.창원지검.대한의사협회 등에 문의했으나 어느 곳으로부터도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했었다.

다만 검찰에서 '퇴원후 환자가 사망할 경우 보호자와 담당의사가 법적인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

"수없이 반복될 이같은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의사에게만 지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 어깨처진 의사 馬씨의 푸념이다.

마산 = 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