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료기 불법대출 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의료업계 불법대출이 판칠 수 있었던 것은 보증보험사와 제3금융권.브로커.의사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적에 쫓기는 금융회사와 돈이 필요한 의사,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브로커의 이익이 맞물려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불법대출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회사는 만성적인 악성 부채에 시달리며 부실화되고 있다.

H파이낸스는 의사의 불법대출로 무려 1백20억원의 악성부채를 떠안고 있으며, K할부금융 92억원.O할부금융 43억원.D할부금융 20억원 등 엄청난 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 금융사는 악성 부채에 시달리면서도 브로커들이 다른 의사를 데려오면 별다른 조건없이 다시 대출해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이면에는 브로커들의 집요한 로비가 있었다.

브로커들은 금융회사 직원들에게 향응을 베풀고 골프채를 쥐어주는가 하면 수백만원의 금품을 건네기도 했다.

눈덩이처럼 악성 부채가 늘어나자 K할부금융은 악성 채무 가운데 40억원을 보증보험사로부터 대신 변제받았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곧장 전액을 되돌려줬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회사 입장에선 보증보험측이 대출받을 고객을 보내주지 않으면 실적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변제받은 돈을 돌려준 것" 이라고 밝혔다.

또 일부 할부금융사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보증보험사의 대리점에 별도의 수수료까지 줘가며 불법대출을 독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보증보험사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보증보험은 국가가 2조원을 출자해 설립한 기관이다.

따라서 이같은 불법대출에 연루, 대출금을 대위변제하면서 엄청난 빚을 떠안게 돼 결국 국민 전체를 피해자로 전락시킨 꼴이 됐다.

김기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