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뮤직 여름을 달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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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콩가.봉고 등 토속 타악기들이 뿜어내는 빠르고 풍성한 사운드, 낙천적인 스페인어 가사, 뻣뻣한 몸으로는 따라추기 힘든 격정적인 리듬 - .남미대륙에서 발원한 라틴뮤직의 바람이 올여름 국내외에 거세다.

지난주말 2년반만에 컴백한 여가수 박미경은 가요에선 듣기 힘들었던 삼바리듬의 라틴댄스를 신곡으로 들고나왔다.

김창환이 작곡해준 '집착' .가사중에 '노 푸에 도 올 비다르테' (난 아직도 널 사랑해) 같은 스페인어 후렴구를 집어넣어 라틴 냄새를 확실히했다.

하우스댄스 ( '이유같지 않은 이유' ) 와 정글댄스 ( '이브의 경고' ) 등 주로 유럽풍 댄스로 히트를 쳐온 그녀가 오랜만의 승부수를 라틴뮤직으로 던진 것은 현재 팝계를 장악한 라틴열풍 탓이다. 5월11일부터 지금까지 10주 내내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라틴뮤직이 점령하고 있다.

푸에르토르코 출신으로 허리아래를 훌라우프 돌리듯 격렬히 흔드는 '골반춤' 이 전매특허인 가수 리키 마틴이 '리빙 라 비다 로카' 로 5주간 1위를 차지했고 이어서 같은 지역 출신 여가수 제니퍼 로페즈가 '이프 유 해드 마이 러브' 로 역시 5주간 정상을 지킨 것. 이렇게되자 지난달말 타임지는 마틴을 표지모델로 내세우며 '라틴 뮤직이 폭발한다!' 는 특집을 실었다.

이같은 라틴뮤직 폭발은 팔 상품이 떨어진 음반산업이 일으킨 마케팅 '작품' 이다. 마이클 잭슨과 머라이어 캐리를 거느렸던 메이저 음반사 소니는 두 스타의 '약발' 이 떨어졌다고 판단되자 잭슨만큼 카리스마가 강한 댄서형가수 마틴과 고혹적인 몸매의 요부형 여가수 로페스를 연속데뷔시켜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두 가수에게 영어로 노래를 부르게해 미국시장 중심부를 겨냥했고 음반 구성도 신나는 응원가, 귀에 척 감기는 팝, 감성적인 발라드, 직선적인 록 등 다양하게 꾸며 싫증나지 않는 팝앨범을 만들었다.

그리곤 전세계 기자 4백여명을 이탈리아로 초청해 초호화판 발표회를 가졌다. 성공은 어느정도는 예견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국내에서도 같은 괴력을 발휘할진 미지수다. 현재 국내에서 마틴의 음반은 6만장, 로페즈의 음반은 2만장쯤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CBS 'FM팝스' 진행자 김형준PD는 "두 가수 곡 신청엽서가 꾸준히 오고있지만 폭발적이진 않다. 여름음악 성격이 강해 피서철이 되면 신청이 늘 것" 이라 말한다.

팝 평론가 임진모씨는 "라틴 뮤직은 시원화끈한 맛이 국내 정서와 맞다. 그러나 기름기가 많거나 악기 편성이 복잡해 '뭉개진' 느낌이 나는 곡은 외면받는 특성이 있다" 고 지적한다. 그런 점에선 기름기가 덜하고 자연스런 매력이 돋보이는 로페스의 곡이 국내에선 더 인기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있다.

어쨌든 이번 라틴 열풍은 국내에서 관심의 폭이 적었던 라틴뮤직을 새롭게 음미해볼 기회가 된다는 면에서 또다른 의미를 지닌다.

팝컬럼니스트 송기철씨는 "라틴뮤직은 경쾌할뿐 아니라 끈끈하고 정적인 면도 갖춘 깊이있는 음악" 이라고 말한다. 삼바리듬에 바탕하면서도 쿨재즈 영향을 받아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않는 보사노바나, 살사 등 토속리듬에 블루스를 결합해 멋진 크로스오버를 이뤄낸 라틴록 등은 그 좋은 실례다.

[라틴뮤직이 궁금하다]

라틴뮤직은 남미제국 (諸國) 및 쿠바.푸에르토리코 등 스페인어 사용국의 음악을 총칭한다. 남미를 지배한 스페인.포르투갈의 클래식 선율, 인디오의 민요,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의 리듬이 섞여 탄생한 '혼혈' 음악이다. 리듬이 특히 풍성해 카바차.초칼로.팀발레스등 타악기만 수십여개에 이른다.

라틴 뮤직의 주요 장르는 다음과 같다.

▶삼바 = 브라질 토속춤음악. 4분의 2박자의 빠른 리듬. 재즈와 결합돼 보사노바를 출현시켰다.

▶보사노바 = 브라질의 흑인게토에서 발원한 음악. 열망과 권태가 조화된 단조풍 선율. 미국재즈에 큰 영향을 미쳤다.

▶볼레로 = 4분의 3, 또는4박자의 스페인 춤음악. 라벨의 '사랑과 슬프의 볼레로' 가 유명.

▶플라멩코 = 스페인 안달루시아 집시들의 음악. 노래.기타에 손뼉리듬이 들어간다.

▶맘보 = 50년대 절정을 이뤘던 아프리카 - 쿠바 계통 음악. 스윙과 결합돼 빅밴드 음악으로 사랑받았다.

▶탱고 = '하바네라' 로도 불리는 쿠바산 4분의 2박자 댄스음악.

▶살사 = 브라질에서 발원한 빠르고 정열적인 춤음악.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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