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눈길끈 가족뮤지컬 2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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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여름은 공연계의 비수기. 바캉스를 떠나는 사람은 물론이려니와 집에 남은 사람도 차분하게 공연장을 찾기 어려운 들뜬 계절이기 때문이다.

예년에는 시설보수 등을 이유로 주요 공연장들이 아예 문을 걸어잠그기까지 했다. 하지만 올해는 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가족을 겨냥한 수준높은 작품들이 이 여름 내내 펼쳐진다.

뮤지컬과 연극.무용극에서 아이스발레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두편의 뮤지컬이다. 8월 5~22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펼쳐지는 '살을 빼고 싶은 돼지 이야기' 는 현대판 이솝으로 불리는 극작가 콜린 맥노튼의 '그림이야기' 에다 밥 보이사댄.크리스티안 힐리온이 곡을 붙인 96년 독일 초연 뮤지컬의 번안극으로 아주 유쾌하고 코믹하다.

시골 동물농장에 사는 돼지가 성탄절을 앞두고 정육점에 팔려가게 되자 칠면조와 암닭 등 동물친구들 모두가 나서 돼지를 구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도와주면서 벌어지는 소동이 줄거리다. 동물소재 어린이 대상 작품이라고 하면 동물의상을 뒤집어 쓴 우스꽝스런 모습을 연상하지만 이 작품은 전혀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동물을 의인화했다기 보다 인간 속에 내재된 동물의 속성을 뽑아내 부각시킨다. 뮤지컬 '라이프' 로 실력을 인정받은 개그우먼 이영자가 돼지 꿀이로 등장하는 것을 비롯해 오디션으로 선발된 13명의 배우들이 칠면조.까마귀 등 동물 캐릭터를 연기한다.

연출자 양정현씨는 "동물인형을 뒤집어쓴 배우를 생각하고 온 관객들은 자연스런 모습 그대로 연기하는 배우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쇼크일 것" 이라며 "분장이 아니라 표정과 몸짓 등 연기력만으로 동물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연기자들에게도 하나의 도전" 이라고 말한다. 시각적 충격 외에 음악도 새롭다.

'돼지의 에어로빅' 등 메인 캐릭터의 테마노래 15곡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코러스 모두 록큰롤과 랩.보사노바 등 다양한 현대 대중음악 스타일로 작품성 수준도 높기 때문이다. 노래는 5인조 라이브연주로 펼쳐진다.

이와 함께 8월 4~21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한국과 호주의 합작 뮤지컬 '별난 가족의 모험' 도 눈길을 끈다. 한국 극단과 벌써 세번째 공동작업을 하는 호주 렘극단 연출가 로저 린드의 신작으로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다.몸이 얼어버린 딸의 머리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몸이 줄어든 가족의 모험을 한국과 호주 배우 4명이 한국말로 연기한다.

극단측은 위의 두 작품 모두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의 눈높이까지 고려해 만들었기 때문에 온 가족이 서로 다른 재미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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