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신화 2탄 쏜다” … 돌아온 벤처 1세대 주역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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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001년 이후 벤처 거품붕괴로 회사가 무너졌거나 실적 악화로 경영에서 물러났던 벤처 1세대 ‘성공신화’ 주역들이 속속 재기를 선언하고 있다. 김병기 지오인터랙티브, 양덕준 레인콤 창업자는 새로운 회사를 차려 돌아왔다. 김형순 로커스, 장흥순 터보테크, 권석철 하우리 창업자는 신사업으로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성공 신화의 영광을 찾아=25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31층에서 열린 엔터테인먼트쇼핑 출범식. 김병기 전 지오인터랙티브 사장이 글로벌 온라인 경매회사를 창립하는 자리에 오랜만에 장흥순 터보테크 회장과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 등 원조 벤처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여 축하해줬다. 김 사장은 1997년 국내 원조 모바일 게임사인 지오인터랙티브를 창업, 마이크로소프트가 꼽은 대표적인 글로벌 협력업체로 일궜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올 초 경영에서 물러났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그는 지인의 제안으로 독일 스우포의 경매사이트(www.swoopo.kr)를 국내에 열려고 벤처 CEO로 다시 나선 것이다. 김 사장은 “경매 참가자가 입찰할 때마다 약 0.6달러(미국 기준)를 낸다. 11월 초부터 서비스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휴대형 정보기기 개발업체인 민트패스를 세운 양덕준(현 아이리버) 전 레인콤 사장은 얼마 전 과로로 쓰러져 서울 영동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지만, 수시로 병상에서 임원들과 미국·유럽 진출 전략을 짜고 있다. 그는 애플의 ‘아이팟’을 겨냥한 민트패드로 옛 영광을 되찾으려고 한다. 이 단말기는 휴대전화보다 작은 사각형 모양으로, 살짝 만지거나 흔드는 간단한 조작으로 메모·사진·영상·음악 등 다양한 기능을 이용하고, 무선망으로 콘텐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단말기다. 양 사장은 “‘레인콤’이라는 MP3 플레이어로 디지털 음악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애플의 아이팟에 졌다. 이번엔 민트패드로 설욕하겠다”고 말했다.

◆좌절 넘어 부활을 향해=로커스와 터보테크는 벤처 성공 신화의 대표주자였다가 한순간에 추락한 경험이 있다. 로커스의 김형순 사장은 ‘대박 신화’의 원조다. 2000년 초 주가가 250만원까지 올라 주가총액이 상장사 10위권에 오르면서 대기업 못지않은 주목을 받았다가 벤처 거품붕괴로 2004년 무너졌다. 4년간 절치부심하던 그는 이달 초 로커스의 주력 사업을 통신장비에서 3차원 그래픽·애니메이션으로 돌리면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김 사장은 “미래는 컴퓨터 그래픽 시대다. 3차원 첨단 그래픽 기술은 영화나 게임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라며 새 사업에 의욕을 불태웠다.

장흥순 터보테크 회장도 2000년부터 5년간 벤처기업협회장을 지내는 등 간판 벤처인으로 활약하다 2005년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추락했다. 그러다 4년 만인 지난달엔 권석철 하우리 창업자와 의기투합해 최첨단 보안 솔루션 ‘할로우-T’를 내놓으며 벤처업계로 돌아왔다. 하우리는 2000년 이후 보안솔루션 ‘바이 로봇’을 개발해 안철수연구소와 함께 국내 양대 토종 보안업체로 이름을 날리다 무리한 사업 확대로 경영위기에 몰려 주저앉았었다. 장 회장은 “할로우-T는 한 달간 국내외 해킹·보안전문가들에게 공식 테스트를 통해 인정받은 첨단 보안 솔루션”이라며 “지난 아픈 경험을 교훈 삼고, 국내 벤처업계를 키우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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