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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쿄에 '한국문화 공연장' 개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일본교민들이 '아리랑' 을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요. 하지만 공연장을 빌리고 단원들이 머물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어…. "

일제 치하 민족의 애환을 그린 악극 '아리랑' (호암아트홀 공연중) 을 기획한 티엔에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는 얼마전 장기 일본공연을 하고싶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아쉬워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걱정을 크게 덜어 줄 '한국전용 문화공연장' 이 일본 도쿄에 들어섰다.

도쿄 지요다 (千代田) 구 사루가쿠초 (猿樂町) 의 '재일본 한국YMCA' 회관 지하에 3백60석 규모의 '재일본 한국문화관' 이 최근 문을 연 것이다.

이 문화관은 특히 가변 장치를 이용, 연극.영화.콘서트 등 각종 공연은 물론 세미나, 패션쇼, 전시, 씨름경기까지 개최가 가능해 일본 땅에 한국문화를 보급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변 장치는 공연의 종류에 따라 바닥을 자유롭게 바꾸고 천정조명도 손쉽게 조작하는 첨단시설로 꾸며져 있다.

또 지하1층 74.3평, 지하2층 2백5평, 지하3층 16.2평을 합쳐 약 3백평 규모의 공간은 이동식 벽을 이용, 원하는 크기의 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

문화관측은 지난 7일 한일심포지움 '아악 : 고대의 표현 - 한일 아악의 비교' 를 열고 이어 9, 10일 이틀동안 개관기념으로 국립국악원 초청 '한국의 아악' 을 공연했다.

그동안 교포들을 위해 일본 공연에 나선 예술단들은 비어있는 국.공립 공회당같은 곳을 찾아다니느라 무진 애를 썼다.

도쿄나 오사카에 한국문화관이 있긴 하지만 규모있는 공연을 소화하기엔 턱없이 좁은 실정이며 도쿄 인근에 있는 5백여개의 공연시설도 빌려쓰기가 쉽지않았다.

이러한 어려움을 덜기 위해 YMCA는 문화관광부의 지원과 자체 모금활동 등을 통해 확보한 3억6천만엔 (약 36억원) 의 자금으로 한국문화관을 개설했다.

자리도 도쿄 중심가에서 멀지않은 교통의 요지에 위치해 교민들이 찾아오기도 수월하다.

한국문화관 개설을 지원한 문화부 김순길 종무실장은 "일제시대 2.8독립선언운동이 벌어졌던 역사적인 장소에 교민들이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고국에 대한 애국심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 고 말했다.

재일 본한국YMCA는 일제가 한국 강점 (强占) 의 야욕을 불태우던 1906년 재일한국유학생들이 민족정신을 일깨우고 국권회복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세웠다.

한국문화관이 들어있는 YMCA회관은 시설은 호텔급이면서 숙박료는 같은 급 일반호텔에 비해 3분의 2정도여서 일본공연에 나선 단원들의 숙소로도 적합하다.

도쿄의 비즈니스 호텔 싱글룸이 보통 1만엔 정도인데 비해 이 곳은 7천엔 (회원은 6천5백엔) 이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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