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시한폭탄' 재점검 시급하다] 가장 취약한 곳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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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현재 Y2K (2000년 컴퓨터 인식 오류 문제)에 가장 취약한 분야는 어떤 곳일까. 정통부와 업계 분석 결과 가장 상황이 심각한 곳은 ▶의료 ▶중소기업 ▶항공.선박 ▶언론사 등. 의료기관의 경우 인명과 직결된 분야인데도 불구하고 해결진척도가 80%에 불과해 금융 등 중점대상 분야보다 훨씬 낮다.

특히 작은 병.의원은 더하다. 항공.선박은 다른 나라의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상호 체크가 시급한 형편이고 언론사는 아예 조사자료도 없다. 중소기업은 돈도 없고 인식도 부족해 해결이 극히 저조한 편이다.

정통부 신영수 실장은 "이들은 서로 업무가 연결돼 있어 한 곳만 문제가 생겨도 연쇄 파급이 큰 만큼 종합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고 강조했다. 부문별 실태와 문제점.대책을 알아본다.

◇ 의료기관 = 경기도의 중견 의료기관인 S병원은 보건복지부와 경기도로부터 Y2K와 관련된 공문을 받아 해결에 나섰지만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담당자라야 전산요원 한 명에 불과한 데 이 직원도 의료장비는 '까막눈' 이고 컴퓨터도 겨우 사용할 줄만 아는 수준. 그렇다고 1억원에 이르는 컨설팅 비용을 감당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일부 대형 병원을 제외한 국내 대부분의 중소 병.의원들이 비슷한 수준이다. 복지부도 전국에 3만3천여개의 의료기관이 있으나 대부분 영세해 Y2K대응이 쉽지 않다고 시인한다.

Y2K 전문 컨설팅업체인 우리기술의 김덕우 (37) 사장은 "의료분야는 특히 담당 직원의 영향력이 떨어져 주도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다" 며 "경영진의 의식 전환이 중요하다" 고 지적했다.

◇ 중소기업 = 경기도에 있는 K냉동공장은 최근 중소기업청의 Y2K 현장실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으나 해결책이 없어 고민이다. 생산 직원뿐이라 자체 해결은 불가능하고 컨설팅을 받자니 4천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형편이다. 중기청에서 2천만원을 주기로 했으나 나머지도 마련할 길이 없다.

◇ 항공.언론 = 항공.선박 분야는 난제로 꼽힌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항공의 경우 Y2K 진척도가 95%에 달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선진국.개발도상국.후진국 모두 해결돼야 안심할 수 있다.

언론계도 사각지대로 꼽힌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최근 언론사의 방송 사고나 신문발행 중단사태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이달부터 대대적인 현장 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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