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가지수 1,000돌파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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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주식시장의 종합주가지수가 마침내 1, 000을 돌파했다.

주가지수가 1, 000을 넘어선 것은 우리 증시 사상 이번이 네번째다.

그러나 과거 세차례 1, 000돌파 때와는 시장상황이 판이하다.

어제 지수가 1, 000을 돌파했는데도 시장이 들뜨거나 흥분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부 당국도 "상승속도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며 시장에 맡겨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이 성숙됐고 '이유있는 상승' 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올들어 주가의 상승속도는 계속 실물경제의 회복을 크게 앞질러왔다.

따라서 과거의 잣대로 보면 '과열' 이나 '거품' 이란 얘기가 나올만도 하다.

우선 증시를 받치는 것은 풍부한 유동성이다.

저금리의 지속으로 갈 곳을 잃은 시중자금들이 뮤추얼펀드나 주식형수익증권 같은 간접투자상품에 속속 몰려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정주부나 퇴직자, 대학생 등 '한탕' 을 노리는 극성 투자열풍이 일고, 반사회적인 주가조작 등 부작용도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다.

시중의 돈들이 증시 한 곳으로만 몰리고, 단기이익 실현을 위한 치고빠지기식 거래가 주류를 이루면 증시는 금세 투기장으로 변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증시는 패러다임이나 시장을 움직이는 역학 (力學) 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우선 최근의 주가상승은 돈의 힘만이 아닌, 기업의 실적을 바탕으로 한 실적장세라는 점이 소중하다.

경기회복에다 구조조정의 결과로 기업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은 날로 좋아지고 있다.

상장기업의 이익규모가 사상최대에 달하고, 기업회계 및 공시제도 등이 투명해지면서 우량기업들이 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종래 증시의 거래비중은 단기매매에 치중하는 개인이 80%를 차지했다.

지금은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 체제다.

기관투자가의 비중은 30%에 육박했고 앞으로 50%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그만큼 시장기조는 안정된다는 의미다.

'퇴직금부대' 들의 대기자금이 30조에 달하고, 기업들이 잉여자금을 설비투자가 아닌 재테크에 쏟아부어 주가를 부추기는 등 불안요인 또한 없지는 않다.

더구나 정부가 경제현안들을 정치논리로 풀려 들고, 문제의 대기업들이 파국을 맞을 경우 대외신인도 급락에 따른 폭락장세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처럼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긴 하지만 증시구조를 기관 중심으로 재편해 증시의 선진화를 도모하고, 기업들의 경우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줄이고 주가상승을 구조조정으로 연결시키는 선순환에 지금만큼의 호기 (好機) 도 없다.

특히 정부는 시장외적 악재를 경계하며 규제완화 등으로 그 분위기와 여건 조성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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