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사고 vs 하나고’ 입시판도 바뀔까

중앙일보

입력


고교 입시현장에서 신생 하나고의 돌풍이 거세다. 특목고 입시제도가 한 곳만 선택하도록 바뀐 상황에서, 하나고의 등장이 그동안 타지로 떠났던 최상위권 학생들의 수요를 붙잡고 있기 때문.여기에 일부 대원외고 예비 수험생들과 과학고·과학영재학교 탈락자들까지 가세하는 양상이다. 최근 입시 판도를 들여다봤다. 

서울권 자사고 수요 하나고로 눈 돌려
서울 대치동에서 학원을 다니는 김현석(가명·15·E중)군은 최근 민사고 대비반에서 하나고 대비반으로 옮겼다. 김군은 수학경시대회 2등급, 국어능력인증시험 3등급, iBT 토플 110점의 학업이력을 갖추고 있다. 예년 같으면 민사고를 과감히 지원했겠지만, 올해엔 확신이 서는 곳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이은지(가명·15·D중)양도 마찬가지. 이양은 iBT 토플 118점, 내신 4%, 수학올림피아드 은상, 영재교육원 수료 등의 이력을 갖고 있다. 1학기까지 민사고 입시준비에만 매달려 왔는데, 최근 부모님과 함께 하나고의 입학상담을 받고 고민 중이다.

이처럼 민사고 입시를 준비해온 수험생들 중 하나고로 눈길을 돌리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들 정도의 성적이면 예년엔 민사고를 먼저 지원한 뒤, 탈락할 경우 외고, 일반고 순서로 응시하는 전략을 짤 수 있었다. 지난해 입시 경향을 분석해 합격선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특목고에 복수지원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하향 안정 지원세가 두드러진다.

진학에 대한 고민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은 하나고가 서울지역에서 문을 연다는 점이다. 자연계로 전공·진학을 원하는 수험생들은 그동안 강원·전주·공주 등지로 찾아가야 했다. 중소도시 외곽에서 낯선 타향살이를 해야 하고, 전국 각지에서 온 친구들과 어울려야하는 등 적응 부담도 적지 않았다.그렇지 않을 경우 서울·경기지역 외고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하나고라는 대안이 생겼다.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 입시 탈락자들은 물론 교외 활동이 많은 수험생에겐 매력이 아닐 수 없다.하나고는 입시설명회에서 유학 시스템도 갖출 계획을 밝혀 해외유학 희망자들도 유혹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경우엔 하나고를 세운 하나금융지주의 향후 지원에 대한 기대가 내심 크다. 정현숙(36·서울 역삼동)씨는 “흔히 경기외고를 대교가 인수하면서 학교의 전망이 좋아졌다고 말한다”며 “특목고나 자사고가 더 발전할 수 있는 주요 요소 중 하나가 자금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고 교사진이 민사고·청심국제중고·명덕외고·경기외고 출신 실력자들로 구성됐다는 유명세도 그 같은 기대에 한 몫 한다.

민사고와 하나고의 전형방법이 비슷하다는 것도 수험생들을 고민하게 한다. 두 학교 모두 서류심사를 통과한 수험생을 대상으로 면접·체력검사·전문성진단 등 입학사정관제와 비슷한 방식으로 전형한다. 원서접수 마감일도 10월 14일로 같다. 이 때문에 두 고교는 전형에 앞서 사전상담을 통해 합격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기회를 주는 등 우수인재 확보를 위한 유치경쟁도 치열하다.

인증시험서 검증 받은 학생 민사고 선호
학원가에서는 민사고와 하나고 입시상담시 먼저 수험생이 서류심사 조건을 갖췄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하나고는 학교생활기록부·자기소개서·추천서로 간단한 편이지만, 민사고는 국어·영어·수학 분야 공인시험과 경시대회 성적표를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점이 다르다. 영재사관학원 오성공 입시총괄부원장은 “지난해엔 서류심사 결과가 부족하면 영재판별검사에서 재평가를 받을 수 있었으나 올해는 쉽지 않다”며 “1차 서류심사가 가장 큰 관문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수학·과학올림피아드 은상 이상, 토플 115점 이상,과학고·영재학교 응시자 중 하나에 해당되면 하나고를 고려해 볼만하다”고 조언했다.

지원 희망자들의 내신 분포를 보면 민사고는 그간의 진학성과 덕에 5%대를 형성하고 있고, 하나고는 5%~10% 사이다. 하늘교육 임성호 기획이사는 “자율형·자립형사립고로 서울지역 수험생이 분산될 경우, 민사고 지원자의 내신성적이 예년 3~4%대에서 낮아져 5%를 넘어갈 수 있다”며 “이 경우 지방학생들에게 합격의 문이 넓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학생의 진로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려는 경향도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학생의 목표가 해외대학이면 민사고로, 국내 명문대 진학을 원하면 하나고로 추천하는 분위기다.정상JLS 문상은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오랫 동안 지원 자격 서류를 갖춰온 수험생은 민사고 도전을 권한다”며 “자연계를 전공하고 싶거나 심사서류가 부족한 경우, 하나고를 대안으로 선택해도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입시전문가들은 민사고가 사전에 학업능력을 검증받은 학생을 원하는 경향을 지적한다.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이지원 연구원은 “민사고경시대회나 각종 인증시험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수험생이 민사고를 지원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예년에 특정영역만 우수한 학생들이 낙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아발론 김수영 입시전략연구소장은“내신 5~10%대의 학생 중 수학·과학 실력 및 영재판별 검사가 부담스러운 학생은 하나고나 대원외고를 고민해볼 것”을 권했다. 또 “올해 입시결과 여부와 정체성 확정에 따라 내년엔 하나고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진설명]올해 특목고 입시에서 복수지원이 금지된 가운데, 서울에 자사고인 하나고가 설립되면서 수험생들의 지원판도가 바뀌고 있다. 사진은 하나고등학교 조감도.

<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