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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더위 겨냥 추리.미스터리물 잇따라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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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 여름, 마음에 드는 추리.미스터리물 (物)에 묻혀 더위를 잊어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올해는 예술성 높은 추리소설과 묵직한 역사.수학 주제의 미스터리물이 출간돼 매니아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전기작가 리처드 댈비가 엮은 영미 여성작가들의 추리단편 모음집 '밤의 여신 닉스의 초대' (이경희 박주연 옮김.책세상.각 6천5백원) 시리즈 3권은 추리소설의 격을 한 단계 높인 고급 문예물. '달팽이와 장갑' '7월의 유령' 에 이어 '위팅턴의 고양이' 를 출간함으로써 완간됐다.

총 26편을 선보이는데, 두 아이와 살고 있는 이혼녀를 성폭행하며 아이들을 죽이려는 남자 유령 ( '누가 내 차 안에 앉아 있었을까' ) , 헤어진 남자와 이승에서 못 다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환생한 여자 유령 ( '로절린드' ) 등 작품집에 나타나는 다양한 유령들은 여성의 갈망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거나 익명의 남성집단과 아버지로 상징되는 남성 권력에 대한 공격을 그리고 있다.

남성작가들의 아성이던 유령 이야기에 여성작가들이 도전, 성과 사랑의 질곡을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다.

역사물로 주목받는 소설로는 신예작가 하용준씨의 장편소설 '유기 (留記)' (제이펍.상하 각 7천원)가 대표적. 현재 단 한권도 전해지지 않는 '유기' 는 "고구려 개국 초기에 1백권 규모로 출간된 역사서로 영양왕 11년 (서기 600년)에 '신집 (新集)' 이라는 5권의 책으로 개수했다" 고 '삼국사기' 에 기록으로만 전해지는 책.

재벌2세로 일본 유학생인 주인공이 일본인 스승으로부터 한반도 역사 왜곡과 관련된 비밀을 알게 되고, 갖은 난관 끝에 '유기' 의 실체를 찾아내지만 죽음을 맞게 된다.

'유기' 는 왜 현존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 종횡무진 펼쳐지는 한국고대사의 방대한 지식은 소설을 읽는 또다른 수확이다.

역사 추리물과 함께 순수과학인 수학의 역사를 추리소설 형식으로 전개한 '앵무새의 정리 1~3권' (문선영 옮김.끌리오.각 7천원) 도 지적인 독자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할 책. 수의 탄생에서부터 오늘의 첨단 수학이 존재하기까지 2천년 수학사의 길을 박진감 넘치는 문장으로 탐색했다.

이야기는 '페르마의 가설' 등 수학사 최대의 가설을 증명해낸 위대한 수학자의 의문사로부터 시작된다.

앵무새는 수학자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열쇠다.

죽은 수학자의 대학 동창인 서점 주인과 여직원은 앵무새와 수천권의 수학 책을 이용해 오묘한 수학 이야기 속에서 비밀을 풀어나간다.

파리8대학의 과학사 교수이며 영화감독이기도 한 저자 드니 게디는 어린이 백과사전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프랑스 라루스출판사의 수학백과사전의 책임편집자다.

"인간이 삶을 사랑하는 것은 삶의 알맹이인 고통과 공포를 사랑하기 때문" 이라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계절에 읽을만한 책들이다.

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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