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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 물갈이 방류 인천 앞바다까지 '먹빛'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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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5일 오후 3시쯤 경기도 안산시 대부동 시화호 방조제 배수갑문. 농어촌진흥공사 직원이 썰물시간에 맞춰 배수갑문 8개 중 6개를 차례로 열자 시화호에 갇혀 있던 시커먼 물이 '콸콸' 소리를 내며 인근 앞바다로 쏟아져 들어갔다.

잠시후 코발트빛 인근 바다는 온통 먹물을 풀어 놓은 듯 '죽음의 색' 으로 변해 버렸다.

3시간 뒤 방조제에서 4㎞ 떨어진 인천시 옹진군 선재도. 조류를 타고 흘러온 잿빛 바닷물이 아직까지 갯벌을 뒤덮고 있었다.

어민 白모 (63) 씨는 "갯벌이 오염돼 주 수입원인 바지락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황금어장이 황폐화되고 있다" 며 한숨을 쉬었다.

5천억여원의 막대한 건설비를 쏟아붓고도 이미 담수호로서 사용이 불가능한 '죽음의 호수' 로 변한 시화호가 이제는 오염된 물을 방류, 5㎞ 가량 떨어진 영흥.선재도 인근은 물론 인천 송도.소래포구 앞바다까지 더럽히고 있다.

◇ 시화호물 방류 = 농림부.환경부.수자원공사 등은 시화호 수질이 생화학적 산소요구량 (BOD) 22.8PPM 등으로 악화되자 수질 개선을 위해 97년 7월부터 하루 두차례씩 썰물시간에 맞춰 배수갑문을 열고 4천만t의 물을 바다로 방류하고 있다.

◇ 연안 오염 = 이 결과 서해 연안 퇴적물에는 중금속이 쌓이고 적조 현상이 나타나는 등 서해가 오염되기 시작했다.

방조제 밖 연안 수질은 97년 1.6PPM에서 올해엔 2PPM 이상으로 높아졌다.

한국해양연구소가 97~98년 방조제 밖 연안 퇴적물을 조사한 결과 망간의 경우 방류전 ℓ당 5.6㎍ (1㎍ = 1백만분의 1g)에서 방류 후에는 45.8㎍으로 8배나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구리오염농도도 0.78㎍에서 1.04㎍, 납은 0.027㎍에서 0.030㎍으로 각각 치솟았다.

특히 시화호 퇴적물에는 물고기를 통해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는 환경호르몬 유발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 (PAHs)' 가 최고 3백44 (1=10억분의 1g) 검출됐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PAHs가 체내에 축적된 생선을 먹을 경우 생식기능저하.신경장애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인하대 최중기 (崔仲基.해양학) 교수팀이 지난달 방조제 앞 해양수질을 검사한 결과 식물 플랑크톤 숫자가 ℓ당 1백만마리 이상 (보통 20만~30만마리) 검출되는 등 적조 (赤潮)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 주민 피해 = 옹진군 김기순 공보계장은 "선재.영흥도의 양식장 수확량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광어.숭어.우럭 등의 어획량도 급감했다" 며 "갯벌에서 악취가 진동하는 등 갯벌이 썩어가 앞으로의 생계가 걱정된다" 고 말했다.

선재도의 경우 바지락 생산량이 96년 1천4백35t에서 지난해는 7백77t으로 급감했고, 영흥도의 굴 생산량도 30% 줄었다.

또 방류전 방조제 부근에서 서식했던 전어.밴뎅이, 연안 회유종인 멸치.흰베도라치가 급감한 반면 하구 부근에서 사는 학오치.황강달이 등이 늘어나는 등 어종도 변화했다.

해양연구소가 어민 1백4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72%가 '어패류가 폐사하고 기형 물고기가 출현하는 등 경제적 피해를 본 것' 으로 조사됐다.

주민들은 "어류는 산란시기가 되면 연안에서 알을 낳고 부화한 뒤 치유어기를 보내고 외해로 나가는 데 이미 방조제 연안은 산란장으로서 기능을 상실했다" 고 주장했다.

시화호 =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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