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건설 감리업체 '1원낙찰' 잇따라 부실공사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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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아파트 공사 감독을 맡는 감리 입찰에서 1원에 응찰, 낙찰되는 사례가 잇따라 뒷거래로 인한 부실공사가 우려된다.

◇ 실태 = 전북 완주군이 지난 2일 실시한 4백78가구 (공사금액 2백50억원) 규모의 남양이서 임대아파트 감리업체 공개 입찰 (감리 예정가 5억8백52만원)에서 1원을 써낸 경기도 용인군 C감리업체가 낙찰받았다.

대구시 수성구청이 실시한 ㈜태왕의 매호동 아파트공사 (2백48가구) 입찰에서도 감리 예정가 3억2천만원짜리가 1원에 응찰한 S업체에 낙찰됐다.

또 대구시 신서동에 동신건설이 짓는 아파트 5백67가구에 대한 감리업체 선정도 예정가가 5억원에 달했으나 1원을 써낸 Y업체가 따냈다.

이밖에 수원시가 지난달 23일 발주한 망포동 8백48가구 아파트 공사 감리업체 입찰에서도 인천의 D사가 1원을 써내 낙찰됐다.

◇ 원인 및 문제점 = 건설교통부는 그동안 신청업체의 실적.재정 건전도 등을 심사해 점수가 높은 5개 감리사에만 입찰자격을 주던 제도를 지난 3월 바꿨다.

일부 업체의 독식을 막기 위한 것으로,점수가 80점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주택건설공사 감리지정 기준' 을 바꾸자 이처럼 저가 입찰이 속출하게 된 것. 경쟁이 치열해지자 감리업체들은 우선 일감을 확보하고 보자는 생각에서 저가 입찰에 나서고 있다.

정책에 대한 항의의 뜻도 깔려 있다.

수원 정자지구 감리를 1백원에 낙찰받은 S감리업체측은 "법 개정으로 전국 4백여 업체가 도산위기에 내몰린 데 대한 항의 표시" 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저가 입찰에는 감점을 주거나 제한적 최저입찰제를 실시하는 등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고 강조했다.

전북도 김천종 (金千鍾) 건설교통국장은 "극저가 입찰의 경우 시공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거나 감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우려가 높아 이에 대해 철저한 감독을 벌이겠다" 고 말했다.

서형식.전익진.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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